수급 불안정 화이자·모더나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먼저 AZ 맞고 교차접종 효과 기대
전문가 "백신접종 기다림, AZ 사전예약 돌풍 불러와…부작용 신중하게 고려해야"
"위험 감안해도 AZ 접종 이득 압도적" vs "화이자·모더나 효과 훨씬 커"…의견 팽팽
30대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 예약이 시작된 후 30, 40대 예약자들의 신청이 몰리면서 AZ 백신이 매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혈전 등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기피 백신으로 여겨지며 잔여수량이 마감마다 남아 있던 며칠 전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다음 달, 9월까지 다른 백신 접종을 기다리기 보다 일단 AZ를 먼저 맞고 교차 접종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듯 했다.
18일 오후 4시 기자가 카카오 네이버 잔여백신 앱을 실행해 보니 수도권 병원의 AZ 백신 잔여량은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30세 이상도 AZ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초 정부는 AZ 백신을 5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만 접종하도록 권고했지만, 4차 대유행 속에서 현장에서 버려지는 백신을 줄이기 위해 접종 연령을 하향 조정했다.
서울 강남구 거주자 30대 김모씨는 "10부제에 맞춰 지난주에 백신 접종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원하는 날짜에 맞을 수 있는 시간대가 없어 잔여백신을 예약해 바로 맞았다"며 "차라리 1차로 AZ를 맞고 8주 후에 화이자나 모더나로 교차접종을 하는 편이 화이자 1차 접종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생각해 접종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초반에 AZ 백신을 맞았던 간호사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2차 접종 후유증이 특히 심했다고 하던데 나는 1차만 맞는 것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의외로 후유증도 많이 없는 것 같고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화이자나 모더나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직장인 한모(34)씨는 "오늘도 AZ 백신을 찾았지만 보이는 것이 없다"며 "화이자나 모더나는 수급이 불안정해 AZ를 맞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돼 잔여백신을 계속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이어 "주변에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지 잔여백신이 좀처럼 뜨지 않는다"며 "아무래도 AZ와 화이자 백신의 교차접종 항체 생성률이 높다는 정보를 듣고 교차접종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는 김모(34)씨는 "언론을 통해 AZ 부작용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며 "솔직히 뭘 맞아야 할 지 확신이 안서고, 과연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이어 "무엇보다 정부가 백신접종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백신을 안맞으려는 이유가 있다면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대한 오랜 기다림이 AZ 백신 사전예약 돌풍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부작용과 효과 등을 신중하게 고려한 후 접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본인 의사 결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접종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고, 국민들도 능동적으로 접종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까지 밝혀진 AZ 백신 부작용은 혈소판 감소 증후군이 대표적인데, 실제로 사례 수가 많지 않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발생 빈도나 위험 등을 따져봤을 때 접종의 이득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주장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뒤로 미뤄진 백신접종 기다림에 지친 젊은 층이 AZ 잔여백신을 예약하는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효과적인 측면에서 화이나자 모더나 등 mRNA 계열의 백신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어, 1차 AZ·2차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과 관련해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교차접종 시 항체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규모 대상의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접종하게 된다면 10만 분의 1 확률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본인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