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이용 대중화로 현금승차 0.8%…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범운영 후 폐지 결정
교통카드 없는 시민 위해 정류장에 모바일 카드 발급 QR코드 설치 예정
전문가 "현금 대체 결제수단 마련해도 디지털 취약 연령대 어떻게 배려할지 고민해야"
카드 이용의 대중화로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타는 승객들이 크게 줄면서 앞으로 서울 시내버스의 현금 요금함이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일부 시내버스 구간에 현금승차를 폐지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대상은 8개 노선을 운행하는 171대로 서울 전체 시내버스 7000여대의 2.4%에 해당한다. 대상 노선 8개는 333번, 343번, 362번, 440번, 3313번, 605번, 6631번, 6632번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시내버스 승객 중 현금을 사용하는 비율이 2010년 5.0%, 2019년 1.0%로 감소하는 추세가 반영됐다. 특히 지난해엔 현금 사용 비율이 0.8%로 떨어졌는데 시는 5년 안에 0.1%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도 현금승차 폐지가 필요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버스 회사당 3~4명의 직원이 직접 손으로 현금을 집계하는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금 수입금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시는 판단한다. 승객 99% 이상이 카드를 쓰고 현금 비율은 1%가 되지 않아 지난해 현금 수익금은 180억원가량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금 승차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인건비 포함 연간 30억원 수준이다.
시는 현금승차 폐지에 따른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버스 정류장마다 모바일 교통카드를 즉시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QR코드를 설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통카드 이용률이 낮은 시민을 대상으로 현금 대체 결제수단을 홍보할 예정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금승차제 폐지 취지에는 동감한다"면서도 "다만 현금 대체제를 마련한다고 해도 디지털에 취약한 연령대는 이용에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시범 운영에서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현금 승차제 폐지를 반기는 분위기다. 운송업체 한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환영할 것"이라며 "운행 중에 돈을 거슬러 주다가 추돌사고가 날 우려는 항상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사들 사이에선 만원이나 오천원권을 내고 동전을 받기 싫어하는 승객들에게 계좌번호를 따로 받아 휴식시간이나 퇴근 전 잔돈을 송금한 적도 있었다"며 "현금 승차가 폐지되면 이런 불만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