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해 기뻐하던 딸 죽인 그놈, 119에 거짓 신고…"여친이 술 먹다 기절"

ⓒSBS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연인을 때려 숨지게 한 남성이 사건 이후 119에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셔 기절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6일 SBS는 가해자 A씨의 폭행 영상과 119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A씨는 여자친구 황예진(25)씨와 지난달 25일 언쟁 도중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당시 황씨가 주위에 자신과 교제 사실을 알린 것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가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그는 119에 "예진 씨를 옮기던 중에 머리가 찍혔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주간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지난 17일 숨졌다. 부검 1차 구두 소견에 따르면 사인은 외상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이다.

황씨의 어머니는 이날 SBS를 통해 딸의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가해 남성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냥 연애하다가 싸워서 폭행당해 사망했다? 백 번, 천 번을 생각해도 저희는 이건 살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황씨의 지인들도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대기업에 취업해 기뻐하던 제 친구가 남자친구의 폭행에 숨졌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살인의 고의성을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살인죄와 상해치사죄는 형량이 다르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된 상황이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증거 인멸·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다만 경찰은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고, 의료진에게도 공식 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