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접 신문 나서 홍 전 차장 증언 신빙성 의문 제기
'지렁이 글씨' 홍장원 메모 두고서도 재차 공방 벌어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다시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두고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이 직접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30차 공판을 심리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홍 전 차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53분 통화에서 '싹 다 잡아들여서 이번에 싹 다 정리해라' '대공 수사권을 지원해주겠다'며 국군방첩사령부에 대한 인원·예산 지원을 언급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신문에 나서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금이나 인력보다 더 중요한 건 (방첩 관련) 정보 아니냐"며 "'경찰보다는 방첩사가 간첩 수사 노하우가 있는데, 경찰에만 주려고 하지 말고 방첩사에도 정보를 주라'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당시 대통령은 여러 사람과 통화했는데 나는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고 지시받았다"며 "여러 지휘관과 통화한 대통령보다는 한 통화를 받은 내 기억력이 더 정확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대공 수사권·자금 이야기는 대통령이 방첩사 역량 강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지원해주란 의미로 받아들이지 못했느냐"고 되물었고 홍 전 차장은 "그러면 '싹 다 잡아들이라'는 이야기는 누구를 잡아들이라는 거냐"고 재차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문을 보면 제가 반국가세력과 종북주사파 이야기를 쓴다"며 "내 관심사인 방첩사 역량 보강과 같은 차원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했나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건 반국가단체란 거냐. 그러면 누구를 잡아들이라는 거냐"고 되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반국가단체란 게 대공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 아니겠는가. 일반 사람들이 아니지 않는가"고 말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나에게 소위 체포조 명단을 불러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 반국가단체이나 간첩은 아니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들은 뒤 이를 받아적었다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에 대한 신빙성 공방도 계속됐다.
'홍장원 메모'는 총 세 차례에 걸쳐 보완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메모는 1차 메모는 계엄 당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자필로 작성한 초안이고 이후 보좌관이 이를 토대로 정서(正書)한 2차 메모, 계엄 다음날 보좌관이 기억에 의존해 메모를 작성한 3차 메모, 3차 메모에 홍 전 차장이 얇은 선을 긋는 등 가필(加筆)한 4차 메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개된 메모에는 이재명·우원식·한동훈·김민석·딴지일보·김어준·조국·박찬대·정청래·헌법재판관·대법관·선관위원장·김명수·김민우·권순일 등이 적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기일에서 1차 메모에 대해 '지렁이 글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1차 메모에 대해 "하얀 종이에 적었다고 진술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는 왜 노란 포스트잇에 한 것으로 돼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폐기한 자료니까 1차 메모가 없다"며 "(포스트잇은) 인터넷 그래픽 다운받아서 1차 메모를 예시로 만든 것이다"라고 답했다. 즉, 예시를 들기 위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래픽 중 계엄 당시 작성했던 1차 메모와 유사한 형태의 이미지를 찾아 별도로 작성한 것을 헌법재판소에 설명자료 형태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