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오페라단, 영화 '박하사탕' 원작 오페라 제작·공연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설경구 분)가 기차선로에서 절규하던 인상적인 장면이, 오페라 무대에서 재현됐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오페라 ‘박하사탕’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면서도, 스토리의 골격을 대거 수정해 무대에 올렸다.
이건용 예술감독은 “영화 ‘박하사탕’이 주인공 영호에 초점을 맞춰 거대한 폭력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다뤘다면, 오페라 ‘박하사탕’은 영호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의 개성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이를 통해 죽음의 공포에서도 생명의 힘을 잃지 않았던 5월 광주를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광주시립오페라단의 공연이 의미 있는 시도로 읽히는 건, 국내 오페라 장르에서 영화 등의 걸작을 토대로 작품을 제작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영화나 소설을 오페라 무대로 옮기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었다. 현대 오페라의 낯선 음악 기법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만큼, 친숙하고 검증된 스토리를 선택하면서다.
토마스 아데스의 오페라 ‘절멸의 천사’는 라이스 부뉴엘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했고, 2017년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ENO)가 무대에 올린 ‘마니’는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오페라화한 작품이다. 이밖에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웨딩’,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일 포스티노’ 등은 물론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는 스티븐 킹의 추리소설 ‘돌로레스 클레이본’ ‘샤이닝’도 오페라 무대에 올려졌다.
오페라에 앞서 뮤지컬 장르에서는 국내에서도 이미 영화의 무대화가 붐을 이룬지 오래다. 31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지난 8일 폐막한 뮤지컬 ‘비틀쥬스’도 팀 버튼 감독의 1988년작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무대화됐다. 이밖에도 국내영화인 ‘검은 사제들’(2015)을 무대로 옮긴 동명의 뮤지컬도 지난 5월까지 공연되는 등 영화의 뮤지컬 무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들에게 친숙한 장르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음악시간 등을 통해 오페라를 간접적으로 접했지만, 그 경험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면서 “현대의 창작 오페라들이 관객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그만큼 낯선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오페라계의 영화 무대화 작업에 대해 “오페라 분야에서도 영화나 소설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 검증된 스토리를 가지고 무대화하는 것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해외에서 이와 같은 시도로 성공 사례들이 있었고, 뮤지컬 장르에서도 영화·소설의 무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오페라계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