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전조치 의무 다하지 않는 책임 있어"
아파트 외벽 도장작업을 준비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관리자는 "119 구조대의 대처가 미흡해 근로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애초 업체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신정민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업체 안전관리자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업체 일용직 근로자 C(55)씨는 2019년 10월 23일 오전 8시부터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의 23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동료들과 외벽 도장작업을 했다. 옥상은 바닥이 경사진 지붕 형태로 평평한 공간의 폭은 50㎝, 옥상 끝 난간은 성인 무릎 높이에 불과했다.
도장작업은 밧줄에 '달비계'로 불리는 발판을 매단 뒤 그 위에 앉아 호스를 연결한 에어건으로 페인트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씨는 이날 오전 10시 5분께 다른 쪽 외벽 도장 작업을 하려고 옥상에서 에어건 호스를 환기구 위로 넘기려다 중심을 잃고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 C씨는 추락하던 와중에 간신히 호스를 잡아 아파트 10층, 24m 높이에 멈춰 매달렸다.
이를 본 한 동료가 급히 달비계를 타고 내려가 C씨를 무릎에 앉히면서 위급 상황을 넘겼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은 11층에서 구조에 나섰으나, C씨는 대원이 건넨 밧줄을 잡는 과정에서 추락했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 숨졌다.
사고 전 C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안전대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옥상 작업 공간이 협소해 추락 위험이 있는데도 추락 방호망 등 안전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 당시 안전관리자인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법정에서 "C씨가 119 구조대가 던진 밧줄을 잡으려다 추락했고,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사망 사고 원인은 119 구조대의 미흡한 대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업체에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C씨가 1차 추락 후 구조 과정에서 밧줄을 놓쳐 2차로 추락해 사망했는데 1차 추락에 내포된 위험이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공사 현장 책임자로서 추락 사고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과실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