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된 '대선경선 네거티브'
"본선 바라보는 지지층에 거부감"
홍준표, 총구 돌려 이재명 맹공세
대선주자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네거티브는 상대 후보의 실수·과오·약점 등을 부각시켜 '왜 당선되면 안 되는지'를 설득시키는 대표적인 선거 전략이지만 유독 이번 경선에선 여야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일 네거티브 선거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흠결을 부각해온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수정에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 캠프는 그동안 이 지사를 향해 "사이다가 아니라 독극물"이라며 비난하고, 군미필 의혹과 '혜경궁 김씨 사건', '제2의 욕설파일' 등으로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5일 충청권 경선에서 28.19%를 득표해 54.72%를 얻은 이 지사에게 참패했다. 이 지사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가 여권 지지층에게 '원팀정신 훼손'으로 비치면서 부정적 인식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전 대표는 점잖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어법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갑자기 네거티브로 가니까 본인이 갖고 있었던 긍정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손상됐다"면서 "시대정신과 흐름들이 중요한데 그걸 타는 데 실패해 네거티브를 했는데 그게 역효과가 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의힘 경선 국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당내 공세가 잦아드는 '네거티브 자제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당초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경쟁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이 지난 7월 입당한 이후 집중견제구를 던져왔지만, 이 같은 전략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자 서둘러 경선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전 의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면서 이른바 '집밥 공약'띄우기에 나섰고, 홍준표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 후보는 홍준표)' 홍보 전략으로 젊은층 표심을 흔들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특유의 돌직구 화법으로 윤 전 총장을 때리는 대신 총구를 밖으로 돌려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홍 의원은 7일 이 지사를 '경기도의 차베스'라고 비판한데 이어 8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잘못된 인성으로 가족 공동체를 파괴하고, 이젠 허무맹랑한 기본 시리즈로 국민들 사이도 이간질하는 이재명 후보는 그만 각성하고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도 이 지사의 드라마 'D.P.(디피)' 촌평을 두고 "히트 친 드라마 위에 숟가락을 얹고 배부른 말만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며 "야만의 역사니, 굴종의 군대니 하며 직접 겪어본 일인 양 묘사하는 미필의 대선주자"라고 꼬집었다.
당 내에서도 '민주당 경선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네거티브 전략이 오히려 '이재명 대세론'을 굳힌 것처럼 윤 전 총장을 향한 당내 경쟁자들의 공세가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우리 경선에서 네거티브를 펴는 후보쪽에는 민주당 보다 더한 역풍이 불가피할 것이다. 시대정신인 정권교체를 훼손하려는 후보에게는 지지층의 반감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 지지자들은 누가 이재명 지사의 포퓰리즘을 속시원하고 예리하게 찌르냐를 볼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관계자도 "경선에서의 네거티브 공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민주당의 사례에서 볼 수 있었다"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판단하고 보실지, 네거티브 하기 전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