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춘몽' 8월 30일 발매
"나는 또 한 명의 2단지 리스너"
“앨범은 제 일기장과도 같죠”
많은 가수들이 앨범에 자신의 감성적인 부분, 솔직한 부분 등 속마음을 가감 없이 풀어낸다.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기록하기 어려웠던 일상을 담아낸 앨범은 그들의 ‘일기장’이 되기도 한다.
싱어송라이터 2단지(본명 윤태현)도 마찬가지다. “허무주의에 빠져있다”는 그는 지난달 30일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에 대한 이야기를 봄날에 꾸는 꿈에 비유해 쓴 새 앨범 ‘춘몽’(春夢)을 발매했다. 평소 일기 쓰지 않고, 휴대전화 앨범 속 사진도 지우는 버릇이 있는 그에게 이 앨범은 훗날 꺼내볼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 된다.
-활동명이 독특해요.
어릴 적부터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아파트로만 다녀서 그런지 ‘단지’라는 단어가 익숙한데 처음 음악을 접할 무렵 살았던 동이 2단지였어요. 그 뒤로부터 2단지가 되었습니다(웃음).
-2017년부터 음반 활동을 시작하셨죠.
고등학교 3학년 기타를 막 배우기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그때는 음악을 MP3플레이어에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넣어서 들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의 플레이리스트는 최신곡이나어느 정도의 범주 안에서 비슷했어요. 저도 그 부류 중 한 명이었죠.
어느 날 우연히 친구 거를 빌려 듣게 되었는데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친구는 소위 말하는 ‘인디 덕후’였어요. 그때 들었던 그 친구의 플레이리스트 중 아직도 해파리소년의 ‘바람’은 잊지 못해요. 지금도 가끔 들어요. 그 뒤 스무 살 무렵에 검정치마, 브로콜리너마저, 가을방학 등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나도 창작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어요. 이때부터 이미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어릴 때는 축구와 게임밖에 몰랐어요. 1년 365일 중의 360일은 공과 컴퓨터 앞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그 와중에 종합반 학원까지 다녔지만, 공부와의 거리는 항상 멀었어요.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대학교를 지방으로 내려갔는데 중간에 통학버스가 휴게소에 멈춰요. 그러면 친구들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간식을 사 왔는데 저는 가지고 있는 돈이 적어서 냄새만 맡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게 모아서 몇 달 뒤에 사고 싶은 장비를 사고는 했죠.
-힘든 상황에서 음악을 시작하셨는데, 포기하고 싶고 흔들렸던 순간도 있었나요?
경제적인 것보단, 진짜 힘든 시기는 할 말이 없을 때인 것 같아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작업한 곡이 한 곡도 없었어요. 이렇게 있다가 언젠가는 나도 곧 소멸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의무감에 작업을 하려고 앉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어요. 전에는 끙끙 앓았는데 이제 이런 시기에 오히려 음악 외의 새로운 일들에 집중을 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할 말이 생기더라고요.
-올해로 데뷔 5년차가 됐는데요. 약 4년의 시간동안 달라진 점도 있나요?
지속 가능한 음악을 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저에게 필수적으로 다가왔는데요. 그래서 처음 음악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 녹음부터 마스터링까지 직접 해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는 곡의 퀄리티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저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지난달 30일 새 앨범 ‘춘몽’을 발매했습니다. 앨범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허무주의에 빠져있지만 그것이 제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해서 외면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봄에 꾸는 꿈 ‘춘몽’에 빗대어 표현해봤습니다.
-앨범 설명에 ‘덧없고 싱겁게’라는 문구가 인상적인데요. 현재의 감정이 투영된 건가요?
네, 항상 마음처럼 되는 건 없지만 허무함 속에 그나마 가치 있는 것에 힘쓰려고 합니다. 사람이든 감정이든요. 전 은은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극적이지 않아도 생각나는 사람이요. 그런데 전 은근히 까불어서 자극을 주는 사람 같아요. 하하. 제 주변 사람들에게 더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전체적으로 넓은 공간감이 유지되다가 코러스 시작하기 전에 잠깐 나오는 기타의 더블초킹사운드를 드라이하게 연출했어요. 마치 정신이 ‘번쩍’ 드는 것처럼요. 그 후에 코러스 부분은 기타와 신스가 보컬이랑 주고받는 듯한 느낌도 이 곡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춘몽’을 딱 한 사람에게만 들려줄 수 있다면?
절망 속에 있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잠시나마 이 곡이 그 안에서 봄이 되어 꽃도 피우고 나비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른 것보다 앨범 커버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이번 앨범도 그렇고 전 앨범들의 커버도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커버가 취향저걱이네요.
일 년에 한두 번 혼자 사진 찍으러 다니는 걸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구도나 감성이 정해져 있어서 누군가 좋아해 주면 음악보다 더 기분이 좋을 때가 있어요. 지금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요(흐뭇).
사실 커버 작업이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말씀드리기가 민망한데 필름 카메라 원본 사진이에요. 보정을 한 커버도 있지만 최근 앨범 ‘춘몽’과 ‘내잠깨먹’등은 보정 없이 크기만 조절했어요. 앞으로는 이러한 날 것의 느낌을 더 살리려고 해요. 커버가 꼭 곡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는 커버가 좋더라고요.
-데뷔 후 꾸준히 앨범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런 꾸준한 앨범 작업이 태현 씨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일기를 안 써요. 휴대전화 사진도 지우는 습관이 있고요. 그래서 꾸준한 앨범 작업은저에게 하나의 기록물이에요. 어쩌면 이게 일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요.
-음악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나는 또 하나의 2단지 리스너다.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자.”
-앞으로 어떤 음악을 보여주실지도 기대되네요.
앞으로 보이는 형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사실 올해 말에 단독 공연을 계획 중인데 코로나19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앞으로는 라이브 무대를 많이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는 지나가다 저를 알아보고 아는 척하는 사람이 1년에 한 명 이상 생기기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