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넷플릭스 공개
부국제서 첫 공개
연상호 감독의 '지옥'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연상호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 범죄로 인한 사회적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지루할 틈 없는 스토리텔링,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지금까지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작품 중 여러 의미로 가장 광적이고 강렬하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 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과 '송곳' 최규석 작가가 원작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넷플릭스 시리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돼 지난 7일 부산의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1회부터 3회까지 최초 공개됐다.
3회까지 이야기는 웹툰의 시즌 1에 해당한다. 연상호 감독은 웹툰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가져와 영화로 생생감을 부여했다.
새 진리회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은 지옥행을 선고받는 일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이뤄진다며, 신이 인간 세계를 바로잡기 위한 계시라고 말한다. 한 남자가 도시의 도로 한복판에서 지옥의 사자로부터 죽임을 당하며, 대한민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형사 진경훈(양익준 분)은 새 진리회와 이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수사에 나선다.
새 진리회는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시연을 당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며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시연하는 장면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위해 거금을 내는 VIP들이 생기는가 하면, 방송사들은 생중계에 동참한다. 새 진리회에 반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폭력을 행사하는 화살촉이란 집단은 경찰도 쉽게 제압하지 못한다. 지옥의 풍경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지금 이곳이 지옥이다.
사회는 지옥행 고지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정진수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 죄를 지어도 법의 사각지대로 빠져나가거나, 죄에 합당하지 않은 처벌을 받은 많은 사례들에 지친 사람들은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느낀다. '나쁜 일을 하면 지옥에 간다'라는 간단명료한 명제가 눈으로 확인되자 순식간에 대한민국은 새 진리회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쾌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짜임새다.
'지옥'은 연상호 감독이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선과 악을 흑백으로 나누기보단 개인에게 정의란 무엇인지에 더 초점을 맞춘다. 지옥사자, 천사, CG 등 판타지적인 요소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극대화하는 하나의 설정이다. 취향과 기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이야기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1회부터 3회까지 새 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의 유아인을 필두로 그와 초자연적인 현상을 추격하는 형사 진경훈 역의 양익준, 민혜진 변호사 역의 김현주가 중심이 된다. 괴기스러우면서도 묘한 '지옥'의 분위기는 유아인의 연기로 완성된다. 이번에도 대체 불가능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김신록, 김도윤, 이레 등의 호연이 탄탄하게 뒷받침됐다.
시즌 2에 해당하는 4회부터 6회까지는 박정민이 담당한다. 웹툰을 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유아인·박정민의 연기 호흡을 기대한 이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최근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다음 타자로 '지옥'이 손색 없어 보인다. 한국적 지옥을 보여주는 '웰컴 투 연상호 월드'가 다시 시작된다. 11월 19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