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유승민, 尹 향한 공세에 합심
윤석열·원희룡, 전략 동맹 관계 주목
'키맨'은 元?…"차별화 전략 유용해"
합종연횡 이어질 듯…이준석 "조합의 묘 보는 것 재미있을 것"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 임하는 국민의힘 주자들이 묘한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 국면에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연합 전선을 형성하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후보 4인의 합종연횡은 2차 컷오프 결과 발표 이후 첫 공식 행보가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본격화됐다.
이날 진행됐던 첫 TV토론회에서 유 전 의원이 최근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미신·주술 논란을 두고 맹공을 퍼부으며 윤 전 총장과 설전을 벌인 것이 발단이 됐다.
윤 전 총장 측이 유 전 의원을 향해 "내부총질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고, 원 전 지사는 "토론이 말꼬리 잡는 거 하다가 점점 밑으로 내려가더니 이제 손바닥에 뭘 썼니, 끝에는 항문에 침을 맞았느니 하며 계속 배꼽 아래로 내려간다"며 윤 전 총장 측을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이에 윤 전 총장이 "11일 열린 토론회에서 원 전 지사가 토론을 참 잘하더라,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길 대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을 했는데 100% 동감"이라 화답하기도 했다.
반면 홍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한 검증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하다"며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데 무슨 가이드라인이 있겠나, 대통령이라는 중차대한 자리에 갈 사람은 오히려 본인, 가족, 친지 등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허무맹랑하게 천공스승이라는 분이 국사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라 언급한 것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를 펼치는 데 있어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스탠스를 같이 하고,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자신에 대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공세를 막아내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4위에 위치한 원 전 지사로서는 3위 유 전 의원을 제치고 상위권으로 치고나갈 원동력을 만드는데 있어 이같은 전략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과 강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원 전 지사라 이들과 목소리를 같이 해봐야 소위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 전 지사 입장에선 윤 전 총장과 대립을 최소화하며 '원팀 경선'의 중요성을 역설해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전략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도 "중도를 표방하는 원 전 지사가 역시 중도적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을 이어갈 경우 되레 강성 이미지가 짙어지며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또한 이날 교통방송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원 전 지사로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전략적으로 보이면서도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스가 왔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 것 같지는 않지만 홍 의원과 유 전 의원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방법이 전략적일 것"이라 했다.
한편 이같은 구도가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다음달 5일까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후보 경선의 특성상, 지지율 추이와 당내 상황 변화에 따라 역학 구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제주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에 질문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남은 토론회에서 홍 의원이나 원 전 지사에게도 질의할 예정"이라며 "후보들 사이에 '2대2 정서' 같은 것은 없다. 홍 의원과 원 전 지사와도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질문하고 비판할 것"이라 예고했다.
원 전 지사도 "현재는 4등이 맞지만 앞으로 유승민·윤석열·홍준표 등 다른 후보들과 맞수토론을 벌이게 될 때마다 그들을 추월하고 도장깨기를 하겠다"며 "토론 결과가 지지율로도 반영될 것이다. 최종 후보 여론조사는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이재명하고 붙였을 때 안심이 되느냐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은 이날 오후 제주도에서 열리는 2차 TV토론회에 나서 공방을 이어간다. 경선 초반부 연출됐던 대결 구도가 재차 등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후보들 간에 때로는 연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각을 세우기도 하고, 이런 조합의 묘를 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