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맹점 카드수수료 내리겠다"
업계, 신용판매·여신영업 '악화일로'
차선책 '페이' 키우지만 수익성 '묘연'
카드업계가 '페이(간편결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수수료가 재차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압박하면서 여신사업 마저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페이 사업 확장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연동 결제 서비스 도입을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로 서로 다른 카드사가 자체 플랫폼에서 타사 결제를 지원하는 '오픈페이'를 상용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두 카드사는 연동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개발을 마무리하고 카드사 결제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연동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페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카드사가 페이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다른 사업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예고돼있어서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주요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가맹점 수수료 개편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 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이후 3년마다 다시 산정된다. 지난 2018년에도 수수료가 떨어진 바 있다. 금융위는 올해도 적격비용 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카드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수수료율이 더 떨어지면 카드사가 수익을 거둘 방법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대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의 경우 0.8%에 불과하다.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될 경우 이미 적자를 보고 있는 신용판매부문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규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카드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상품의 판매을 제한해 여신사업에서 얻을 이자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국민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도 페이 사업을 새로운 수익 창출구로 선택했다. 신한카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쿠페이 ▲스마일페이 ▲SK페이 ▲신한페이 등 7개 페이사와 제휴하고 신상품 '샵페이(#Pay)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이 카드를 등록해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하면 5% 마이신한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다.
현대카드는 네이버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네이버 현대카드'를 선보였다. 삼성카드는 '카카오페이 삼성카드'를 취급 중이다. NH농협카드도 자사 통합결제플랫폼 'NH페이'에 대해 지난달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카드 승인알림·명세서 수령방법 변경 ▲우편명세서 이미지 보기 ▲결제비밀번호 변경 프로세스 등을 도입했다. 간편결제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용 고객은 4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 사업에서의 수익 창출도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빅테크의 '페이'가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빅테크의 간편결제에는 가맹점 수수료 규제를 받지 않아 카드사보다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다. 이에 카드업계 노동조합까지 나서 빅테크와의 수수료 형평성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도출된 해결방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율이 더 떨어지면 카드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정말로 없어지게 된다"며 "대출 확장 어려워지면서 페이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 사업의 수익성 역시 묘연한 만큼 당국이 모든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조금 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