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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소아청소년 비만, 비만이 불러온 고혈압…사회적 문제 수준


입력 2021.10.19 05:08 수정 2021.10.18 21:07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전문가 "소아청소년 비만율 원래 증가세, 코로나19로 학교 안가고 외부활동 안하자 더욱 심해져"

"단순당 섭취 줄이고 저염식 먹어야…하루 한 두 시간 운동 등 무엇보다 생활습관 고쳐야"

소아·청소년 비만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고혈압 발생 등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소아·청소년의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소아·청소년의 건강 문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윤모(47)씨는 "코로나19 이후 아이가 비대면 수업을 받고 학교에 안가다 보니 야외 활동이 현저히 줄었고 이전보다 살이 오른 게 보일 정도"라며 "주변 학부모들을 만나봐도 아이의 체중 문제로 고민인 가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의 식사와 간식을 매번 챙겨줄 수 없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급식 먹는 날도 줄어들어 아이가 밖에서 사 먹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 일이 많아져 더욱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4학년생의 학부모 김모(44)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이후에 아이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었는데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는 불안해서 보내고 있지 않아 활동량이 더욱 걱정된다"며 "아이의 식습관이라도 신경 쓰기 위해 배달 음식을 줄이고 과일 등 건강한 간식을 챙기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 전문 우리아이들병원 연구팀(박준·정성관·백정현)이 올해 5∼7월 초등학생 1548명을 대상으로 자체 시행한 학생건강검진 결과,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비만그룹(16.6%, 135명)의 고혈압 의심 비율이 5.9%(8명)로, 정상그룹의 1.8%(12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도 비만그룹(19.5%, 143명)은 고혈압 의심 비율이 11.9%(17명)에 달했지만, 정상그룹에서는 그런 비율이 4.9%(29명)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식습관, 체육활동 등 소아·청소년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 발병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성인이 된 이후 심장마비,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20년 사이 4~5배 증가할 정도로 심각한데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려 그 증가세가 더욱 가파라졌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에 다니며 체육 수업을 듣거나 급식을 먹는 등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이 조절됐는데 현재는 식습관 제어가 안 되는 상황에서 활동량은 줄어든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비만과 고혈압 등 건강 문제는 성인기 건강 문제와 이어지고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발병의 위험도 급증할 수 있기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음료수, 사탕 등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고칼로리 음식 대신 건강한 간식과 저염식 먹기,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의 규칙적인 운동 병행 등 장기적으로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상혁 창원파타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요즘 의료 현장에서 보면 100kg가 넘는 초등학생들도 많이 보이는 등 코로나19 이후 소아청소년의 비만과 그에 따른 고혈압 발병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볼 수 있다"며 "아이들이 외부 활동은 거의 안하고 스마트폰, TV 등만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고혈압 발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대사성 질환의 시작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데 먼저 외부 활동을 많이 해 운동량을 늘리고 가공식품을 적게 먹는 등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소아·청소년의 비만과 고혈압 등의 건강 문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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