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 유도하는 '미프지미소'…해외에서는 이미 임상시험 마치고 사용 허가
국내 임상시험 결과 없어 안전성 문제로 현재 불허…해외직구 등 불법 유통돼 오남용 증가
여성 커뮤니티에 '미프진' 구하는 글 흔하지만…가짜 '미프진' 복용하고 산부인과 찾는 경우 많아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는 먹는 낙태약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흔히 '미프진'이라고 불리는 먹는 낙태약 '미프지미소'는 수술보다 간단하고 해외에서는 이미 검증을 끝내고 사용이 허가됐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도입을 원하고 있다. 현재 먹는 낙태약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고, 끝없는 오남용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미프진'이라고 불리는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자궁경관 숙화를 통해 분만을 유도하는 성분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한마디로 '미프지미소'는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이다. 이 약은 태반을 떨어지게 하고 자궁을 수축한 후 자궁 문을 열어 태아가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
현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수술보다 약물 사용을 선호한다. 약물을 사용하면 수술보다 간단하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마취 등 다른 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선호한다.
미프진은 해외에서 이미 임상 시험을 마치고 사용이 허가된 약물로, 안전성이 검증돼 있다. 미국 의학 연구기관 가이너티 건강 프로젝트(Gynuity Health Projects)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 단일 제품인 '미프진'은 미국, 중국, 태국 등 70여 개국에서 사용이 허가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식 도입을 논의 중인 악물이다. 해외 임상 결과만 있을 뿐 국내 임상시험 결과가 없어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해외 직구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고, 거래되는 약물이 오남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 유통을 통해 임신중절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전체 임신중절 사례의 2018년 기준 약 9.8%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71%는 불법 약물 복용으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다시 임신중절수술을 강행한 사례로 조사됐다.
실제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 등에서는 '미프진'을 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 병원에서는 불법으로 유통된 '미프진' 사용 이후 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A씨는 "여성들의 이용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미프진을 구하는 글을 본다"며 "대부분 수술은 두렵고 부작용도 걱정돼 수술을 생각하기 전에 '미프진' 사용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게 유통되는 '미프진'은 해외 직구 등 불법 유통을 통해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급한 상황이니까 믿고 구매하겠지만 진짜 '미프진'인지 의심스럽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실제로 '미프진'을 먹은 후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며 "'미프진'을 복용하고 시간이 지났지만 임신중절이 되지 않고 아이가 커서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확한 유통 경로를 모르기 때문에 정말 '미프진'을 사용한 건지 아닌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