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文의 승부수?…교황 방북 성사 가능성은


입력 2021.10.27 04:40 수정 2021.10.27 07:5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文, 통일장관과 교황 면담

교황 방북 의사 재확인할 듯

北, 방역전·사상전 고삐

실질적 진전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참석차 유럽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면담한다.


임기 6개월을 남긴 문 대통령이 대북성과를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이어 '평화'를 상징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까지 타진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이번 면담 일정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동행하는 만큼, 교황청과 어떤 식으로든 대북 메시지를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문 대통령이 오는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다"며 "통일부 장관은 교황청 공식 방문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유럽) 순방에 함께 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교황의 방북 의사를 직접 확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간 교황께서는 북한 방문 의사를 수차례 말씀하신 바 있다"며 "관련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 방북은 지난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하노이 노딜 등의 여파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교황과 직접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교황 방북을 단기간 내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고강도 방역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은 일부 필수물자만 해로를 통해 반입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정권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고 국경을 철저히 걸어 잠그고 있다"며 "국경 경비대에겐 국경 침범자에 대한 총격 명령까지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외부 정보 차단에 열을 올리며 사상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북한이 교황 방북을 전격적으로 허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태 의원은 북한 당국이 "한류를 포함한 외부 정보 차단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며 "작년 말과 올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했지만 청년들의 사상이완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이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규정한 바 있다며 "종교는 사상·문화보다 파급력이 더 크다. 김 위원장에게 교황 방북은 북한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주민들의 사상 이반을 초래해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큰 도박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교황 방문 문제를 여러 번 고려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 환영 예술공연에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청와대 역시 교황 방북 구상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가톨릭평화방송 이기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교황 방북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교황청 간의 외교관계"라며 "그 문제를 저희가 아무리 소망한다고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교황을 면담하며 방북을 요청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 의사를 확인하고 "그것(의사)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공식 외교관계 속에서 전달한 것"이라며 "지금은 아마 그런 수준은 아닐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남북 물밑접촉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지를 남겼다. 박 수석은 "양 국가(남북) 간 주고받는 물밑접촉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외교관례"라며 "교황(면담)을 통해 (물밑접촉이) 더욱 속도도 내고 성과도 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