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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커피 못 탄다니 괴롭히고 무시" 26세 공무원의 극단선택


입력 2021.10.27 05:17 수정 2021.10.27 00:56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다 휴직 신청을 하루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청 9급 공무원 A(25)씨의 유족이 조속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YTN

A씨의 유족 측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아들 장례식에 온 허태정 대전시장은 억울함이 없게 처리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약속했지만, 대전시는 무책임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호소했다.


A씨는 올해 1월 9급 공채로 임용돼 지난 7월 대전시청 한 부서로 발령 받았다. 그러나 3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동료들의 무시,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대우, 집단 따돌림 등이 A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 새내기 공무원 유가족 ⓒ연합뉴스

특히 A씨는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커피와 차 등을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이에 그가 부당한 업무라며 거절하자 그 후부터 무시와 업무협조 배제, 투명인간 취급 등을 당했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A씨의 모친은 "아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왕따 발언을 하는 동료들과 12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다"며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동료들에게 자존감을 많이 짓밟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팀 내에서 점점 고립시키고 괴롭혔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징계 절차를 요구했다. 또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했다.


ⓒYTN

해당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친구라고 밝힌 B씨가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전시 공무원 친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공론화됐다.


B씨는 A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임용이 된 후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했으나 친구(A씨)의 성격상 꼼꼼하게 일도 잘하고 금방 적응하는 듯 보여 큰 걱정 없이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던 7월 새로운 부서로 발령 받은 뒤 갑자기 매일 연락하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뜸해졌고, 뭐하냐고 하면 항상 '야근을 하고 있다'고 하는 친구의 답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A씨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고,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군대보다 직원 취급도 안 해준다'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라고 했다.

ⓒYTN

그러면서 "저는 친구(A씨)에게 병원 진단과 처방 그리고 휴직을 권유했으나, 친구는 진단과 처방을 받고 휴직을 남겨둔 하루 전날 하늘나라로 떠났다"며 "병원 진료 기록에는 '비웃고 무시한다' '커피를 타오라고 한다' 등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대전시 감사위원회 측은 이날 "다른 사안보다 우선해 A씨에게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11월까지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는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만큼 관계자를 조사한 뒤 관련 대책을 말씀드리겠다"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서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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