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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도 피의자 조사는 받는데…" 공수처, 손준성 영장 '무리수' 후폭풍


입력 2021.10.27 16:56 수정 2021.10.27 18:38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영장 기각에 '영장 남용' 비판 봇물…수사 동력도 상실

법원 "구속 필요성 인정 안돼…혐의소명 부족· 방어권 침해" 판단

법조계 "체포영장 기각되자 마자 구속영장? 법원 무시하는 태도"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공수처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원이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 검사를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는 등 무리하게 수사에 속도를 내다 오히려 수사 동력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손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 뒤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했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손 검사 측은 구속심사에서 공수처가 구속영장에 고발장 최초 작성자를 '성명 불상자'로 적시한 점을 문제 삼은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등 본격 강제수사에 나선 지 40여 일이 넘도록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수처는 '김웅-조성은' 녹취록 등 증거자료를 손 검사의 개입 근거로 제시했지만, 법원은 이를 명백한 범죄 증거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수처의 무리한 영장 청구가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손 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가 이달 4일부터 출석 일자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말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반면 손 검사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 선임을 위해 출석 일자를 늦췄을 뿐, 내달 출석 일자를 확정 통보했음에도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시스

법조계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를 바로 손 검사 측에 알리지 않는 등 그야말로 이례적인 영장 발부 시도로 역풍을 맞게 됐다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아무리 흉악범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더라도 피의자 조사를 벌인 다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순리"라며 "피의자를 불러 얘기도 한 번 듣지 않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다음 이조차 늦게 피의자에 통보한 것은 방어를 준비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공수처는 '신속한 수사'를 이유로 들었는 데 피의자가 출석을 안 한다면 체포영장을 발부할 사유이지, 혐의가 소명됐을 때 필요한 구속영장 사유가 아니다"라며 "애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체포영장이 기각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체포영장을 심리한 법원을 무시하는 태도"라며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수사라는 의혹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공작처라는 비판에 스스로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손 검사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됨에 따라 공수처 수사의 동력도 약해지게 됐다. 특히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대검의 고발장 작성 의혹을 밝힌 뒤 윤 전 총장 관여 여부 등 수사를 확대해가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증거 보강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 됐다.


공수처는 당분간 불구속 상태로 손 검사를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으로, 손 검사 측에서 내달 2일이나 4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만큼 조만간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발장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도 확정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부를 것으로 관측된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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