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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부터 수직계열화까지’ 몸집 불리기 나선 식품기업들


입력 2021.10.29 07:32 수정 2021.10.28 21:44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동원‧대상, 육가공 전문기업 인수…경쟁력 높이고 시너지 확대

CJ제일제당‧롯데칠성‧오리온, 성장성 높은 바이오에 눈독

지난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최근 식품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로 꼽혔지만 잇따른 신사업 진출부터 인수합병까지 몸집 불리기에 나선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5~6% 사이다. 주로 해외에서 밀, 옥수수, 대두 등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매출액과 영업이익 변동 폭이 제한적이다. 바꿔 말하면 쉽게 부진을 겪지 않는 대신 가파른 성장도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업계의 변화에는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외식 보다 집밥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가정간편식을 중심으로 가공식품 시장도 확대됐다. 시장 성장으로 곳간이 두둑해진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처로 신사업과 인수합병에 눈을 돌리게 됐다.


동원과 대상은 올 들어 육류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동원F&B는 지난 7월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을, 대상은 지난 26일 수입육류 가공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크리스탈팜스를 각각 인수했다.


동원은 그간 그룹의 모태인 수산업에 육가공 분야를 더해 소비자에게 종합적인 단백질 식품을 제공하는 ‘토탈 프로틴 프로바이더(Total Protein Provider)’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그룹 계열사인 동원홈푸드 산하에 축육부문을 신설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동원홈푸드 축육부문은 기존 동원홈푸드 금천사업부와 최근 인수한 세중이 통합돼 새롭게 발족된 사업 부서다.


금천사업부는 동원홈푸드가 2015년 합병한 국내 최대 축산 도매 온라인몰인 금천미트를 전신으로 하는 사업부로 정육점, 식당, 도매업체 등에 한우, 한돈, 수입육 등 100여개의 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세중은 원료육을 수입해 가공, 유통하는 사업을 전문으로 급식업체,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다양한 판매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대상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육가공 분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크리스탈팜스는 동원이 인수한 세중과 비슷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육류를 수입해 발골, 가공 과정을 거쳐 쿠팡, G마켓, 티몬, 롯데온, 위메트 등 이커머스 채널을 통한 판매는 물론 아웃백, 메드포갈릭 등 외식업체에 공급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육가공 분야가 취약점으로 꼽혔던 대상으로서는 육가공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인 셈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식품사업 내 육가공 매출 비중은 5.8%로 약 800억원 수준이다. 김치와 장류, 조미료 등 주요 사업에 비해 가장 매출 비중이 낮다.


특히 안주야 등 안주 간편식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고, 동물사료에 사용되는 라이신 등 소재 사업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사업적 시너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육가공 전문 기업인 하림은 최근 라면 시장에 진출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전통 강자들이 굳건한 라면시장에 개당 2000원이 넘는 고가 제품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가심이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 오리온, 롯데칠성음료는 바이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동시에 공략할 수 있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롯데칠성음료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세균·바이러스 등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뜻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천랩을 인수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올 3월 비피도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두 곳 모두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으로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신약과 헬스케어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오리온은 큐라티스, 지노믹트리 등 올해만 바이오벤처 기업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백신과 진단키트 기술을 앞세워 국내 뿐 아니라 중국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오리온은 연내 중국 내 합자법인을 통해 큐라티스의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을 도입하고, 중국 내 임상 및 인허가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 등으로 국내 식품산업 기반이 점차 약해지고 신제품 미투 사례도 늘면서 시간과 돈을 들여 히트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약해진 것도 사실”이라며 “메인인 내수 시장을 키우기 어렵다 보니 해외진출과 신사업으로 활로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한된 시장에서 수많은 경쟁자와 경쟁하며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최근에는 상품 보다는 수직계열화처럼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거나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여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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