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객을 만나기도 전에 이토록 낭보가 연이을 수 있을까.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사람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얘기다.
제17회 영국 메이햄영화제, 제35회 독일 판타지필름페스트, 제6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폐막작), 제21회 트리에스테 사이언스픽션영화제,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제53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받았다. 이 가운데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는 ‘다니엘 A. 크래프트 우수 액션시네마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 뉴욕아시안영화제 집행위원장 사무엘 하미에르는 “액션과 드라마의 조화가 놀랍도록 완벽한 영화다. 영화 속 액션은 스토리에 잘 녹아들 뿐 아니라 액션만으로도 장르 안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법을 보여준다. 가히 독창적이고 혁신적이다. 특히, 제이슨 본 스타일의 격렬한 격투 장면부터 살벌한 총기 액션, 숨 막히는 카체이싱까지 동시대 액션 영화로부터 기대되는 최상의 장면들만을 모아놓았다. 이 모든 것이 적절히 어우러져 탄생한 ‘유체이탈자’라는 영화가 선사하는 재미는 강렬하면서도 압도적이다”라고 극찬했다.
세계 107개국에 선판매된 뉴스도 들려왔다. 일본, 대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권과 미국, 캐나다, 남미 등 아메리카는 물론이고 전 세계 항공 판권까지 계약했다. 그중에는 영화 ‘기생충’의 배급사인 대만 CATCHPLAY, 필리핀 VIVA COMMUNICATIONS, 동남아시아 CLOVER FILMS, 러시아 CIS, 발트 3국 NEW FILM 등 유명 배급사들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희소식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것도 ‘트랜스포머’ ‘지.아이.조’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세계적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가 제작한다는 점이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지난 28일, ‘유체이탈자’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액션물이라는 콘셉트, 영화 ‘악인전’ ‘범죄도시’ 제작진이라는 것만으로도 해외 세일즈 초기부터 미국, 유럽, 중국, 남미, 인도 등의 대표 제작사들과 리메이크 논의가 뜨거웠다. 그 가운데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는 페루에서 ‘트랜스포머’ 새로운 시리즈를 촬영 중인 상황에서도 화상 미팅을 진행했고, 영화를 확인하자마자 확신에 차서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리메이크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영화 ‘악인전’ ‘범죄도시’ 제작진이라는 것만으로도”이다. 영화 ‘악인전’은 일찍이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확정됐고, ‘범죄도시’ 역시 일본에서의 리메이크가 결정돼 현재 화상회의가 한창이다. ‘유체이탈자’를 포함해 세 작품에서 교집합 또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대표 장원석)이다. 최근 내놓는 작품마다 세계 각지의 영화제와 배급사에서 러브콜을 받다 못해 해외 리메이크로 마무리되는 풍경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 비결에 대해 장원석 대표는 “비결은 없다. 단지 열심히 기획하고 열심히 발로 뛰었을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영화의 소재나 줄거리가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되 그 영화만의 독특함이나 새로움이 있을 경우 리메이크가 잘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하나 눈길이 가는 부분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액션물”이라는 설명이다. ‘유체이탈자’의 주인공(윤계상 분)은 교통사고 후 기억을 잃고 깨어난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 이름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아니, 낯선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아닌 것만 같다. 새로운 모습에 적응도 하기 전, 12시간이 지나니 또 다른 얼굴과 몸으로 바뀐다.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이러한 일이 왜 내게 일어난 걸까. 총 7인의 인물로 몸이 바뀌는데 그저 ‘아무나’는 아니고 연관성이 보인다. 그 주변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찾는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 ‘강이안’이 나인 것 같다. 기억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몸이 바뀌는 악조건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한 혈투가 펼쳐진다.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 주인공 몸의 변화에 주목하게 한다는 점에서 10분마다 기억을 잃고, 중요한 단서를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에 새기는 남자 레나드 쉘비(가이 피어스 분)의 처절한 사투 ‘메멘토’(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0)가 연상된다. ‘유체이탈자’가 명작으로 영화 역사에 남은 ‘메멘토’를 능가하는 추적 스릴러가 될지는 오는 11월 24일 직접 극장에 가서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