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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 피해자 상태 살폈어도 연락처 안 남기면 '뺑소니'


입력 2021.11.03 10:02 수정 2021.11.03 10:03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교통사고.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를 입은 운전자의 상태만 확인하고 자신의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편도 1차로에서 한 SUV 차량이 앞에 멈춰 서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두 차량의 범퍼가 심하게 찌그러졌다.


SUV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 A(61·남)씨는 횡설수설하며 비틀거렸고, 혈색도 붉었다. 사고 후 10분쯤 지났을 무렵 A씨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승용차 운전자 B(39·여)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집에서 경찰관들에게 붙잡힌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인 0.143%였다. 그는 과거 3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는 "양복이 비에 젖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갔고 술은 사고 후 너무 떨려 마셨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다. 또 사고 직후 B씨에게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뺑소니 음주운전으로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A씨를 기소했고,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달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을 몰다가 6살 여자아이를 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 번호만 알려주고 가버린 50대 운전자가 뺑소니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운전자는 재판에서 "사고 후 피해자를 (옆에 있던) 친언니에게 인계하고 갔기 때문에 도주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법원은 도주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피해 운전자가 다친 사실을 알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 누가 사고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된 경우를 '뺑소니'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이 크게 불편하지 않아 보이고 외상도 없다고 해서 구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해 그냥 가면 뺑소니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벼운 접촉 사고라도 피해자가 '괜찮다. 그냥 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사고를 수습하고 이름·연락처를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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