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위험 무릅쓰는 경찰, 조직 차원에서 책임지고 지원해주는 보호책 마련돼야"
"공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가피한 과실에 대해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사명감 갖고 일할 보수·보상가치 제공돼야…계급체계 반으로 줄이고 다른 보상체제 생각할 때"
"경찰의 현장 대응능력 문제를 젠더갈등으로 끌고 가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경찰 부실대응 문제와 관련해 경찰이 사명감을 갖고 정당하게 사용한 공권력에 대해서는 경찰의 조직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급에만 목숨거는 지금의 계급 중심의 경찰체제를 지양하고 다양하고 확실한 보상책이 있어야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사건의 해당 경찰이 여경이라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젠더(성) 갈등만 부추길 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는 경찰을 채용할 때 높은 시험성적 위주로 뽑아 관련 전공이 아닌 타 전공을 공부하다 경찰을 안정적인 국가공무원직으로만 인식하고 들어오는 지원자들이 많다"고 전제하고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 때부터 경찰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3-4년 동안 관련 전공을 공부하며 체력훈련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지원자들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행정학 등 관련 전공자 채용 확대도 방법의 하나겠지만, 무엇보다 강의실에서의 이론교육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염두하고 시나리오별로 맞춤 대응하는 현장 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특히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건 경찰관들이 부상 또는 사망을 당했을 때의 비용과 총기사용 과정에서 소송문제 등이 제기됐을 경우 경찰이 조직 차원에서 확실히 책임지고 지원해주는 제도와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피해자의 신변 안전을 위해 공권력을 집행하는 부분에서 현장 난동범이 다치는 등의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이후 현장서 대응했던 경찰을 고소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이렇게 공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가피한 과실에 대해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을 안 해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교육 훈련의 내용과 방법도 현대화가 돼야 한다. 과거의 경찰관 업무와 달라진 대응체계로 지금의 직무상황과 치안수요에 맞는 내용의 교육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무의 특성에 맞고 수행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뽑아 충분히 교육훈련 시키고 범죄 유형별로 대응하게 한다면 또 다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경찰이 사명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할 만한 보수나 보상가치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승진이나 진급에만 너무 치중돼 있는 느낌이다. 현재 경찰체제는 계급체계가 너무 많아 진급에만 목맬 수 밖에 없다"며 "계급 체계를 반으로 줄이고 다른 보상체제도 생각해야 한다.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지원 요청을 위해 현장을 이탈한 순경이 ‘여성’이란 점을 더욱 부각하고 있는데, 이는 젠더 문제만 부추기는 것일 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는 "여경 뿐만 아니라 남자 순경들도 마찬가지로 현장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이고 여기에 중점을 둬야한다"며 "근본적으로 대응을 못한 것에 대한 질책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성별의 문제로 논쟁을 몰고 가는 것을 특히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언론보도에 의해 현장에 있던 경찰들의 신분과 성별이 불필요하게 제기된 것이 온라인에서 혐오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경찰의 (대응)능력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끌고 간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며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전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공 교수는 이어 "단순히 성별적인 이유와 힘의 문제가 아닌, 현장에서 대응하는 경찰의 의식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