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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68)] ‘레베카’ 오윤서 “반복된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


입력 2021.12.10 14:02 수정 2021.12.12 13:4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2년 2월 2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나'(I) 하녀 '클라리스' 연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주연 배우들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배우들이 있다. 바로 아역 배우다. 어린 왕비와 어린 고종, 그리고 참요까지. 특히 참요는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뮤지컬 배우 오윤서는 8살일 당시, ‘명성황후’ 무대에서 참요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때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뮤지컬 ‘레베카’에선 ‘나’(I)의 하녀인 ‘클라리스’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오윤서. 어린 시절 무대 경험으로 시작된 그의 꿈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스물다섯, 여전히 ‘레베카’ 팀의 막내지만 무대에 대한 확신만큼은 여느 배우 못지않다.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오윤서 배우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나 사건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에 ‘명성황후’ 아역으로 참여하면서, 대극장 무대에 섰던 추억이 너무 강렬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좋은 기회로 뮤지컬 ‘명성황후’ 아역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합격하게 되어 8살의 어린 나이에 대극장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느꼈던 설레고 짜릿한 기분과 무대에서 노래할 때 저를 비췄던 따스한 조명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보통 어린 시절엔 꿈이 밥 먹듯 바뀌곤 하는데요, 오윤서 배우도 꿈이 흔들렸던 적이 있나요?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기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또 오디션을 볼 때 작은 키로 인해 여러 역할의 제약이 있어 속상하지만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과 간절함으로 열심히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데뷔 시기로만 따진다면 아역부터 총 15년차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죠.


맞아요. 초등학생 때 뮤지컬 명성황후 ‘참요’ 역할로 데뷔하고 그 이후에는 학업에 집중했습니다. 더 멋진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뮤지컬학과로 대학에 진학했어요. 계속 트레이닝하고 저를 가꾸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EMK뮤지컬컴퍼니

-‘레베카’는 지난 2019시즌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출연이네요.


‘레베카’는 제가 성인이 된 후 참여했던 첫 작품이라 더욱 특별하고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의미 있는 작품에 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행복합니다. 더불어 지난 시즌보다 한층 안정적이면서도 작품에 조금 더 스며들어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다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나’(I)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맨덜리 저택의 어둡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가득한 스릴러 작품이기 때문에,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어떠한지, 실체와 허상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클라리스’는 그중 어디에 속해있어야 하는지, 소설책과 영화를 참고하며 찾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첫 출연에서도, 이번 시즌에서도 ‘나’(I)의 하녀인 ‘클라리스’ 역을 맡게 됐죠.


네, 클라리스는 맨덜리 저택의 하녀가 첫 직장인 어린 나이의 소녀입니다. 그에 반해 맨덜리 저택의 하인과 하녀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아 일사천리로 움직이죠. ‘클라리스’는 많이 낯설어하며 타인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신입 메이드인 ‘클라리스’가 갑자기 새 안주인을 보좌하는 레이디 메이드가 되니 저택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교육받았던 기존 메이드들은 그녀를 못마땅해 합니다.


하지만 클라리스는 ‘나’(I)를 보필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둘은 친구처럼 친한 사이가 됩니다. 맨덜리 하인 하녀들은 그녀를 무시하지만 ‘클라리스’는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고 아끼고 보살피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로 같이 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나중에는 ‘나’(I)의 ‘댄버스 부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웃음).


-지난 시즌과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크게 달라진 없지만, 회 차가 거듭할수록 이 상황에서 ‘클라리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되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아져 더욱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앙상블 중에서도 클라리스 역은 꽤 출연 분량이 많은 편이죠? ‘나’(I)와 함께 하는 넘버도 있고요.


말씀하신 ‘나’(I)와 함께 하는 넘버는 ‘오늘은 나의 세상’이라는 곡인데요. 극중 ‘나’(I)의 방으로 보여지는 2층 높은 세트에서 ‘클라리스’가 그녀의 드레스를 입혀주며 부르는 넘버입니다. 높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시에 드레스를 입히고, 모자도 씌워야 하는데요. ‘혹시나 손이 미끄러져서 드레스나 모자를 밑에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드레스를 입히고 모자를 씌우는 타이밍에서는 ‘지퍼가 안 올라가거나 모자 핀을 제대로 꽂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함께 특별히 그런 부분에 유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이 수월해졌고, 여유도 생긴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이 장면 전에는 긴장이 되긴 하지만요. 하하.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해요. 앙상블 배우들은 물론, 특히 가장 많이 부딪히는 ‘나’ 역의 배우들과의 호흡도요.


‘클라리스’ 같은 경우는 전체 앙상블보다는 ‘나’(I)랑 마주치는 부분이 많은데요. (박)지연 언니는 배려심이 많은 언니, (이)지혜 언니는 같이 장난칠 수 있는 친구 같은 언니, 그리고 (임)혜영 언니는 언제나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한 언니에요. 각 캐스트마다 다른 느낌이어서 호흡을 맞추는 과정들이 재미있습니다. 최고의 배우분들과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정말 행운이고, 지연 언니, 지혜 언니와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 다시 만나게 되서 더 반가웠습니다.


-작품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극중 ‘반호퍼 부인’이 무도회에서 부르는 ‘American Woman’ 넘버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이 장면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어두운 분위기인 저희 작품에서 ‘쇼 스토퍼’(뮤지컬 중에 우스꽝스러운 노래나 연기가 삽입되어 분위기가 전환되는 부분)의 역할을 하는 장면이에요. 리드미컬하고 어깨가 절로 들썩거리는 유일한 넘버여서 너무 신나고 재밌습니다.


ⓒEMK뮤지컬컴퍼니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주, 조연 역할은 더블 캐스팅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앙상블은 매일 매회 공연을 해야 하니까 똑같은 에너지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있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에게는 그날의 공연이 소중한 추억이 돼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매 공연 때마다 똑같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 ‘레베카’에 함께 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요?


저는 기회가 된다면 ‘나’(I)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나’(I)는 겉으로는 여려 보이지만 사실은 강인함과 당당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면에서 저와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끝까지 막심 편에 서서 그를 지키려고 하는 ‘나’(I)의 당차고 소신 있는 모습이 멋있어서 그런 당당함을 닮고 싶기도 합니다. 더불어 제 체구가 아담한 편인데 ‘나’(I) 캐릭터에 있어 아담한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웃음).


-앞으로 또 참여하고 싶은 작품,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에서든 무대에 있는 제 모습을 스스로 가장 좋아하지만 가끔은 제 음색과 성향에 맞는 캐릭터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영웅’의 ‘링링’ 역할이나, ‘위키드’의 ‘글린다’ 같은 밝고 활발한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 있다면?


컨디션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무대에서 변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올 한해는 오윤서 배우에게 어떤 한해였나요? 또 내년은 어떤 한 해가 되길 바라실까요.


어려운 시국이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이전 작품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마지막 주에 ‘레베카’ 연습을 시작했는데요. 오전엔 연습, 오후엔 공연으로 바쁘고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었습니다. 피곤하고 지치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하루하루가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며 정말 즐거웠습니다. 새로운 작품 ‘마리 앙투아네트’에 혁명군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레베카’에 ‘클라리스’로 다시 만나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해였습니다.


내년에는 실력과 인격적인 면으로 더 성장해서 제 자신에게 조금 더 떳떳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쭉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은 정말 간절합니다.


-배우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오윤서 배우의 목표는요?


미래의 제 아이들에게 ‘즐거운 무대를 했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후회 없이 도전해 보고 싶고, 오래오래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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