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가 아들 시체
불태워지는 것 보고 기절"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주민 공개처형이 이뤄졌다는 탈북민 증언이 공개됐다.
국제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지난 15일 발표한 '김정은 시대 10년의 처형 매핑(mapping·지도)'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 집권 후 처형 장소와 관련된 기록이 27건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 집권 시기(2011년 12월∼2018년) 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27건의 처형 관련 진술을 확보해 작성됐다.
공개 처형된 주민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남한 영상을 시청하거나 배포한 혐의'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마약'과 '성매매'가 각각 5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인신매매 4건 △살인 3건 △살인미수 3건 △음란행위 3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12년과 2013년 사이 평양에서 처형되는 사람의 가족들을 맨 앞줄에 앉혀 전 과정을 지켜보게 했다"며 "그중 한 아버지는 아들의 시체가 불태워지는 것을 보고 기절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가족들에게 처형을 강제로 보게 했다는 진술이 빈번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공개처형 일화는 평양주재 유럽대사 '입'을 통해서도 전해진 바 있다. 토마스 쉐퍼 전 평양주재 독일대사는 지난 8월 말 한 포럼에서 업무차 중국 단둥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마을 인근에서 30분가량 대기하는 일이 있었다며 공개처형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쉐퍼 전 대사는 당시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웅성거렸다"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광장에서 처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처형이 실제로 일어나느냐'고 물어보니 안 하다가 최근에 다시 생겼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쉐퍼 대사는 2007년부터 3년여간 평양에서 대사직을 수행한 뒤, 2013년 다시 한번 대사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다. 그는 대사 임기가 끝나던 2018년 은퇴했다.
한편 보고서는 탈북민 진술을 토대로 대부분의 공개처형이 북중 국경과 도심지역에서 떨어진 비행장, 산비탈, 들판 등에서 집행됐다고 전했다. 처형 실태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박아영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감시 강화에 더욱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비밀처형 및 실내처형 같은 '비공개 처형'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개재판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의 용서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선고가 내려진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자비롭고 관대한 지도자 이미지로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