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년인사회 초청 없을 듯…경제계 신년인사회 개최도 불투명
4대그룹 총수간 사적 모임도 사라져…새정부 출범 계기 회동 전망
국내 재계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27일 청와대로 모인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구현모 KT 대표 등 6개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프로젝트인 ‘청년희망온(ON)’에 참여해 준 기업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9월 초부터 세 달간 6개 기업들을 돌며 청년 일자리 창출과 청년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 제공 등 기업들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6대 그룹이 약속한 일자리는 각각 현대차 4만6000개, LG 3만9000개, 삼성 3만개, SK 2만7000개, 포스코 2만5000개, KT 1만2000개로, 향후 3년간 총 17만9000개에 달한다.
통상 대통령과의 회동 기회에 총수들은 규제해소 등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날 오찬은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과의 자리인 만큼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벼운 덕담 등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날 회동을 마지막으로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당분간 정부 및 청와대 초청 행사나 재계 내부 행사를 포함해 총수간 회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계 총수들과 오찬으로 연말연시 인사를 갈음하고 당장 다음 주로 다가온 새해 신년인사 등을 통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올해 1월 7일에도 각계 인사 50여명만 초청한 가운데 화상회의 방식으로 신년인사회를 개최한 바 있다. 재계를 대표해서는 박용만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었다.
재계 행사 등을 통해 총수들이 회동할 기회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초 대한상의 주최로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 개최도 불투명한 형편이다.
올해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의 맡은 후 열리는 첫 행사라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초 내년 1월 4일로 경제계 신년인사회 일정을 예정해 놨다가 방역조치 등을 감안해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산하 지역 상공회의소들은 잇달아 신년인사회를 취소하고 있다.
청와대나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열리더라도 대기업 총수들이 다들 해외 사업 등을 챙기느라 일정이 촉박해 참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재용 회장은 연말 중국과 유럽 등으로 출장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초까지 해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다음 주 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 참석을 검토 중이다.
총수들 간 사적 모임 소식도 올해 들어서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지난해 수차례 비정기적으로 모여 재계 현안 등 공통 관심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었다.
재계에서는 올해 1~8월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으로 4대그룹 총수가 모두 모일 수 없는 상황이었던 데다가, SK-LG 간 배터리 분쟁 등으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4대 그룹이 대미 투자 발표로 힘을 실어준 답례로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을 당시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되기 전이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리를 대신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각자 해당 기업 사안을 챙기느라 바쁜 재계 총수들이 별도로 시간을 내 모일만한 이슈가 없어 보인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5월 이후 청와대 초청 행사를 계기로 다시 모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