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후보 모두 아직은 승리 장담 無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층 세 엇비슷
중도 표심 향배 승부 가를 가능성↑
현재 시점 여론조사에서는 李 승리
3·9 대선이 6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중도층의 표심이 승패를 가르는 '스윙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 평가 받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1년 연말 실시된 각종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이 후보를 앞서며 상승세를 달렸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된 실언 및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기재 논란 등으로 추락하며 전세가 역전됐지만, 변수가 많은 대선의 특성상 지지율은 선거 당일까지 오차범위 안팎에서 엎치락 뒤치락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과 윤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의 세가 엇비슷하다고 봤을 때, 결국 현 시점까지 지지 후보를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중도층이 선거 승패의 키가 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비율이 결집될 경우 각각 40%씩을 기록한다고 볼 때, 나머지 20%에서 군소 후보들의 지지율을 제외하고 어떤 후보가 더 많이 표를 가져가느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중도층의 표심이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줘 압도적인 차이가 나타났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중도층이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거 승패가 갈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중도층 공략 면에서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의 약진이 돋보인다. 최종 후보 선출 이후 초반 국면에서 과거 보여준 실언과 사생활 논란 등으로 인해 극단적 지지층에만 기대고 있다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실용에 바탕을 둔 민생 정책 행보에 집중하며 중도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소득이나 기본주택 등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본 시리즈'에 있어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부동산·기업 규제 완화 공약 등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은 민주당 후보로서는 쉽사리 내놓기 어려웠던 공약"이라며 "실무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만큼, '실용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앞으로도 부각할 것"이라 전했다.
이재명 '약진'·윤석열 '주춤'
尹, 중도 비율 높은 2030서↓
尹 "소통 통해 끌어올리겠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중도층 표심 얻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검찰총장 사퇴 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하며 '반(反)문 정서'를 기치로 기존 보수층과 함께 중도층의 지지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가 무색해졌다는 관측이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로 지난해 12월 29~30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표본오차는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 밝힌 응답층에서 이 후보가 34.3%를 얻어 23.6%에 그친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중도층에서 나타나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에는 30대 당대표로서 중도 표심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평가 받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늑장 대처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중도층 비율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2030 세대에서의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자릿수 대로 폭락하는 등, 청년층의 표심을 얻을 원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아래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며 '공정'과 '정의'를 최우선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30의 니즈에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윤 후보가 맞추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청년들의 입맛에 맞는 현실적 공약과 소통 행보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 말했다.
중도 이미지 강한 안철수 상승세 주목
전체 지지율보다 20대 지지율이 '2배'
대선 다가올수록 중도 쟁탈전 치열 예상
"보여주기식 아닌 현실적 행보 필요해"
한편 윤 후보 지지율의 하락세가 최근 짙어지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는 점은 중도층 표심의 예측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윤 후보로부터 이탈하는 지지층이 온전히 안 후보에게로 향하고 있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출마 선언 이후 5%를 넘기 힘들어 보였던 지지율이 점차 상승해 최근 10%를 상회하는 결과도 이따금 나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해석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전 응답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나오는 지지율 수치보다 중도층 혹은 2030세대에서의 지지율이 1.5~2배 가까이 나오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로 지난해 12월 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95% 신뢰수준에 ±3.1%p)를 살펴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3%를 기록하며 10%선을 넘어섰는데,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에서 전체 지지율의 2배를 넘는 21.4%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서로의 가족을 향한 네거티브와 강도 높은 언어를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이는 사이 민생 및 자신의 전공을 살린 과학·기술 분야에서 행보를 집중한 것이 지지율 상승의 배경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후보는 본인 및 가족 등 도덕적인 면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당장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할지라도 민생 행보에 집중해왔고, 앞으로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양강 후보를 비롯해 안 후보를 비롯한 제3지대 후보들 모두 중도층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념이 아닌 정책과 메시지에 방점을 두고 지지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한 중진 의원은 "중도층에게는 상대 진영을 향한 강도 높은 메시지나 투쟁이 오히려 비호감을 불러올 수가 있다"며 "이념이 바탕이 된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메시지가 아닌, 피부에 다가오는 현실적인 행보로 표심을 호소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