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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연애하기②] 신봉선·미주도 도전했던 ‘랜선 소개팅’의 진화


입력 2022.01.07 13:35 수정 2022.01.07 08:3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이팅앱 이용자 지출액 30억달러 넘어서

줌미팅부터 데이팅앱 넘어 메타버스 소개팅까지 등장

한껏 필터를 입힌 얼굴, 설렘 가득한 표정이 카메라에 담긴다. 노트북 화면을 통해 마주한 남성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일반 소개팅과 다를 바 없다. MBC ‘놀면 뭐하니?’의 ‘뉴스데스크+’ 특집에서 신봉선과 미주가 취재한 ‘랜선 소개팅’ 현장이다.


ⓒMBC

데이팅 앱을 활용하는 건 예능뿐이 아니다. 전종서·손석구 주연의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역시 데이팅 앱을 소재로 새로운 연애 트렌드와 대담한 스토리를 그렸고, 넷플릭스 영화 ‘러브 하드’도 데이팅 앱을 통해 연애 상대를 찾는 여성 내털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미디어의 소재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온라인 데이팅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이상한 것’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데이팅 업체의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당시에만 하더라도 주로 서구 대도시에서 인기였다면 SNS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갔고,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팬데믹 시대 이후엔 엄청난 규모의 유료 콘텐츠 산업으로 거듭났다.


실제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앱애니에서 발간한 ‘모바일 현황 2021’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팅 앱 시장의 이용자 지출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0억 달러(약 3조5460억원)를 기록했다. 만남이 성사되면 앱을 지운다는 서비스 특성상 데이팅 앱은 이용자 지출 규모가 시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다. 이중 국내 이용자들은 데이팅 앱에 약 830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데이팅 앱 서비스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계속해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를 이용해 교류하는 이른바 ‘메타버스 소개팅’도 등장했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지난해 출시된 메타버스 소개팅 앱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 앱은 나만의 아바타를 생성해 원하는 상대와 실시간 음성 채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 해당 앱에서는 음악과 음식 등 개인적인 취향부터 각종 경험담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줌 미팅을 통해 3대3 미팅에 참여했다는 박 모씨(25)는 “소개팅의 경우 지금도 만날 수 있지만, 대학생이 아니면 하기 힘든 미팅은 인원제한으로 할 수 없다”면서 “줌 미팅을 처음 했을 땐 화면으로 보이는 내 얼굴과 환경이 낯설었지만 하면 할수록 오히려 편하고, 시간적인 면에서도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건 비밀이지만 집에서 가장 깔끔하고 예쁜 ‘스팟’이 화면에 보이도록 위치를 선정하고, 그 부분만 말끔히 치웠다. 비대면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겠지만, 당연히 하의는 수면바지에 상의만 멀끔히 차려입고 화장을 한 채 노트북 앞에 앉았다”고도 덧붙였다.


박씨는 또 현재까지도 미팅에서 만난 상대 남성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처음 줌 미팅을 한 이후 마음에 들어 둘이 따로 줌 미팅을 했고, 이후 전화번호를 주고받아 영상통화도 하고 실제로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온라인을 통한 만남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현재까지만 봐선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슬라이드 싱글타운

다만 일부 데이팅앱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여전하다. 실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팅 앱 사용자 500명 중 절반(49.8%)은 ‘성적 접촉 유도’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부 데이팅앱은 검증 절차라는 명목으로 민감도가 높은 내용을 가입자들로부터 요구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한 예로 지난해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들이 모인 한 데이팅앱에서는 1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입자들은 본인의 직업과 경제력을 입증할 전문직 면허증과 차량등록증, 시세 20억원 이상의 아파트 등기와 같은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했는데 20대 해커가 이 정보를 빼낸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외적 조건과 학벌 등을 중시하는 풍조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데이팅앱을 매년 수차례 사용해왔다는 김모씨(28)은 “데이팅앱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사람들이 올리는 프로필 사진과 학벌, 재산 등 외적인 조건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들이 모두 자신을 어필하는 조건들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조건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의 연애와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진정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도 온라인 데이팅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핀켈 교수는 “지난 80년간 수행된 관계 연구들을 보면 서로를 알지 못하는 남녀가 상대에 대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그 관계를 성공시키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자신이 누군가와 잘 맞는지 알아보려면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입력하기 보다는 커피나 술을 함께하며 상대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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