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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미루는 외식 프랜차이즈 속사정…‘규제에 치이고 코로나에 밀리고’


입력 2022.01.25 06:03 수정 2022.01.25 09:4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코로나19로 사업 확대보다 생존에 집중

상장 시 매출 정보 공개…경영악화 속 가맹점-본부 갈등 원인으로 작용

“왜곡된 갑을 관계 인식 제도‧정책에도 반영”

작년 7월 진행된 제50회 IFS 프랜차이즈서울 상반기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코로나19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의 증시 상장 소식이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계 전반이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정부 방역정책이 강화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탓이다.


여기에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상장을 통한 투자보다는 생존에 방점을 둔 보수적인 경영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외식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bhc치킨, 카페베네, 놀부, 더본코리아,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등 수많은 가맹본부가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식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2020년 상장에 성공한 교촌치킨 이후 현재 상장 작업을 추진하는 주요 가맹본부는 처갓집양념통닭을 운영하는 한국일오삼 정도뿐이다.


오히려 국내 1위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는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다.


기본적으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야 성장성이 보장되는 구조인 만큼 가맹점을 많이 늘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안팎의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치킨 같은 배달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는 오히려 코로나19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한식 등 대부분 업종에서 매장 의존도가 높다보니 가맹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맹점 매출이 감소하면서 늘어나는 가맹본부와의 갈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원재료 등 필수품목을 공급하면서 마진을 남겨 수익을 내는 구조다.


증시에 상장될 경우 매출 정보를 공개해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급 가격을 놓고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과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가맹본부의 갑질이나 과도한 마진을 통한 부당이익 등 부작용을 해소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최근에는 가맹점과 가맹본부 모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최근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맘스터치의 경우에도 가맹본부의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을 문제 삼아 가맹점들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 문제로 공정위 조사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맹사업 관련 정부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점도 증시 상장을 늦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2020년 5월30일부터 현재까지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총 31건으로 이중 20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부분 가맹본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담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말 프랜차이즈 오너와 가맹본부 갑질 사태가 연이어 터진 이후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은 ‘을’이라는 고정관념이 깊게 인식돼 여전히 법안이나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제도 개선과 자정 노력 등으로 개선된 부분도 많은데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만 계속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가맹점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직영점 중심으로만 운영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프랜차이즈는 소비자가 어느 지점을 가서 음식을 먹어도 같은 메뉴와 품질이 담보돼야 한다”며 “그래서 본사 차원의 관리감독이나 컨설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도 갑질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본부 뿐만 아니라 결국엔 가맹점주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가맹본부는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사모펀드 등 외식업 외 자본에 브랜드를 매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버거킹, 커피빈, 맘스터치, 놀부, 투썸플레이스, 노랑통닭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도 이전만큼 상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좋을 때는 가맹점을 늘리고 외부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일단 생존이 첫 번째 목표가 됐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각종 규제와 위생 등 가맹점 관리 문제까지 부담이 크다 보니 증시 상장에 대한 관심도 이전 보다 낮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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