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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이미지보다 윤리…불가능해진 ‘반려동물’ 이미지 메이킹


입력 2022.01.26 07:58 수정 2022.01.25 17: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반려동물로 호감도 높이더니 '파양'하는 연예인 잇따라

성훈·박세리 등 유기견 입양으로 선한 영향력 전하기도

“도와주세요. 배우 이채영이 고양이들을 돌려주지 않고 있어요.”


배우 이채영을 둘러싼 반려동물 상습 파양 의혹이 불거졌다. 한 제보자의 주장을 토대로 불거진 이 논란에 이채영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대응까지 시사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특히 입양 당시 이채영이 ‘사지 않고 유기묘를 데려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보내왔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그를 향한 비난이 더 커지고 있다.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전한 배우 성훈(반려견 양희)과 전 골퍼 박세리(반려견 시루) ⓒ방송캡처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이채영의 파양 의혹은 연예인이 동물 입양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604만 반려가구가 있다. 전체 가구의 29.7% 수준으로 세 집의 한 집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인은 1448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동시에 유실유기동물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분석 결과 지난해 유실유기동물은 총 11만7045마리로 나타났다. 전체 유기동물 중 개가 8만4187마리(71.9%)로 가장 많았고, 개 중에서도 비품종 또는 기타가 6만3258마리(75.1%)로 나타났다. 전체 유기동물에서 고양이는 3만1431마리(26.8%)로 조사됐다. 이 중 비품종 또는 알 수 없는 고양이는 3만155마리(95.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유실유기동물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반려동물 관련 인식 변화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때문에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에 앞장서는 연예인들의 경우,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미지 메이킹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박세리와 배우 성훈이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 이효리 또한 보호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유기견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악용’하는 연예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배우 송희준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글을 남기며 반려견 ‘모네’를 입양했다가 파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해 반려동물을 정성껏 보살피는 모습으로 호감도를 높인 배우 박은석도 상습 파양 의혹에 휩싸이면서 비판을 받았다. 또 반려묘를 잘 보살피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JBJ 멤버 김용국도 2019년 반려묘 유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연예인들의 반려동물 인식이 중요한 건, 이들의 일상이 예능프로그램과 SNS 등을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키우는 품종묘나 품종견이 전파를 타게 되면, 결국 수요로 연결되고 이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게 되는 수순이다.


실제론 당사자가 어떤 방식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는지와 관계없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과 그들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품종에 대한 정보와 분양 광고 글이 포털 사이트에 넘쳐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과거 유명 연예인의 SNS에 등장하는 견종들이 차례로 유행하면서 동물인권단체에서 이를 문제 삼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중은 연예인에게 단순히 잘 만들어진 이미지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이미지만 보고 스타를 쫓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스타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채찍질하는 것이 팬들의 역할이다. 이미지 보다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만큼, 더 이상 반려동물을 이미지 관리용으로 전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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