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아냐", "김건희 더 문제" 과잉의전 해명에 '반감만'
당내선 "자중" 의견도…우상호 "삼가라" 실언발언 자제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내 인사들 때문에 곤혹을 겪고 있다. 하지 않아도 될 말로 반감을 사고, 어설픈 해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괜한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고 있어서다. 당 내에선 '손가락'과 '입'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과잉의전' 해명이 대표적이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후 이 후보가 직접 수차례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김 씨 역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바짝 엎드리며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당내 인사들이 어설픈 해명 발언으로 여론의 반감만 커지고 있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더 문제"라거나 "저도 아플 때 제 약을 저희 비서가 사다 줄 때가 있다"며 해당 논란에 대해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수차례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해당 의혹과 관련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법인 카드 사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정작 국민이 화를 내야 할 것은 윤석열 검찰의 170억원이 넘는 돈의 임의사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제보자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의혹을 폭로한 경기도 전 7급 공무원 A씨에 대해 "부당한 일을 시키면 그만두면 될 텐데 왜 다녔냐"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일 다닌 것인가"라고 말했다. 해당 의혹을 공개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해 '정치 공작'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의혹의 파급력을 줄이려 한 의도로 보이지만, 2차 가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오히려 역풍이 맞고 있다.
이후 A씨는 지난 8일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A씨 측은 최근 민주당 인사들의 이른바 '2차 가해' 논란과 관련해선 "침통하고 비참하다"며 "개인 의견인지 캠프의 공식 입장인지 이 후보 혹은 김혜경 씨가 직접 답해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자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설픈 해명이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며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 엉뚱한 해명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의원 개개인들의 손가락과 입도 문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거나 적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 "이재명 후보님 남양주 오신다는데, 당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해 함께 청소했습니다"라며 당원들과 길거리 청소를 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삭제했다. 당시 "이재명이 수령님이냐"는 등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국민의힘도 "한심하다. 이것이 이 후보가 말한 대동세상인가"라며 꼬집었다.
전날엔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과 관련 "국힘이 집권하면 매일매일이 중국올림픽 보는 심정일 것"이라고 적었다가 반응이 좋지 않자 30분 만에 삭제한 뒤 새로운 글을 올렸다.
김성주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후보를 찍도록, 안정적으로 (코로나19) 관리를 해달라"고 발언해 야당 측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문제가 됐다.
지난 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 선언한다는 콘셉트의 영상을 올렸다. 당시 이 후보의 봉화마을 방문을 앞두고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친문들에게 극심한 반발을 샀다.
계속된 실언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당내에선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전체적인 메시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상호 선대위총괄본부장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자칫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발언을 삼가 달라"고 선대위 인사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선거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고 한 마음은 알겠지만, 이젠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괜한 실언으로 발생하지 않아도 될 논란만 일어났지 않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