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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차 판매왕, 아이오닉5‧GV60가 반가운 이유


입력 2022.02.10 06:00 수정 2022.02.10 08:4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부장의 'P.P.L' 영업전략

아이오닉5‧GV60이 월 계약 30%…"전기차 라인업 다양화해야"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부장. ⓒ현대자동차

대당 수천만원이나 하는, 한 번 구매하면 적어도 5년씩은 다시 살 일이 없는 자동차를 혼자서 한 해에 423대나 팔았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두 대꼴이다.


범인(凡人)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을 해내면서 지난해 현대자동차 판매왕에 오른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부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비결을 들어봤다.


“저의 영업전략은 크게 3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P.P.L입니다. 제품의 간접광고를 의미하는 PPL(Product Placement)이 아닌 저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 부장이 털어놓은 첫 번째 영업전략 P는 플랜(Plan)을 의미한다. 철저한 계획 하에 세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나간 결과 연간 수백 대의 실적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작정 무리한 목표부터 세워놓는 식은 아니다. 김 부장은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먼저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면서 조금씩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루, 일주일, 한달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뤄나가면서 1년을 마감하게 되면 성취감과 자부심이 생기고 제가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면서 “제가 이 일을 할 때까지는 계속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P는 프랙티스(Practice)의 이니셜이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실천’을 의미한다.


김 부장은 판매왕이 되기 전 새벽 5시부터 시장에 나가 판촉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오래된 차에 명함을 꽂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그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새벽부터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도 들였다.


“이렇게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면 성취감이 생기고 고객님을 대할 때 자신감 또한 생기게 됩니다. 이 자신감은 고객님에게 믿음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영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준비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누구보다 먼저 실천해야 하며 이런 마음가짐으로 고객님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이니셜 L은 사랑(Love)을 의미한다. 차와 고객에게 애정을 담아야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게 김 부장의 영업 철학이다.


그는 “제가 파는 차는 제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면서 “제가 판매한 차가 고객님에게 가서 잘 살았으면 좋겠고 사랑을 많이 받으며 고객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고 했다.


영업의 핵심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김 부장은 차에 대한 애정이 고객에게 전달될 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음식에 조미료를 아주 조금만 넣어도 음식의 맛과 향이 달라지듯이 영업에서도 이러한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부장. ⓒ현대자동차

자동차 판매에 있어 생애 첫 차 비중은 물량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그리 크지 않다. 영업맨의 역량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한 번 인연을 맺은 고객을 다시 찾게 만드는 ‘재구매’ 실적이다.


김 부장은 고객관리에 있어서도 판매왕 다운 역량을 자랑한다. 기존 구매했던 고객이 후일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상승에 의해 차급을 올려 재구매를 하거나, 지인을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계약이 80%에 달한다고 한다.


고객관리의 핵심은 고객만족이다. 김 부장은 “기존 고객이 만족하셔야 재구매가 이루어지고 지인 소개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첫 번째 고객만족 전략으로 ‘맞춤형 설명과 제품 추천’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됐다면 이젠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고, 카탈로그를 보여드리며 원하시는 차량에 대해 족집게 강사처럼 알려준다”고 했다. 고객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찍어준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무조건 신차, 비싼 차, 좋은 차를 영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고객 상황에 맞는, 고객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자동차를 추천해드린다”고 말했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맞춤형 고객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한 영업 포인트로 꼽았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제네시스 GV60.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최근 자동차 시장 최대 이슈인 ‘전동화 전환’은 영업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다고 한다. 김 부장은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이 ‘위기가 아닌 기회 요인’이라며 회사측에 더 적극적인 전기차 출시를 요청했다.


실제 그가 지난해 판매왕에 오르기까지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60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김 부장은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60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많아지고 있고 계약건수도 꽤 된다”면서 “이들 전용 전기차 모델이 제 월 계약의 30% 정도는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객들이 전반적으로 전기차나 수소차에 대해 관심이 많고, 반응도 말 그대로 ‘핫’하다”면서 “언젠가 내연기관차는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전기차나 수소차가 앞으로도 많이 출시될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충전의 번거로움과 1회 충전 주행거리의 한계는 여전히 고객들이 전기차를 꺼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현대차의 보완 노력과 정부의 충전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부장은 “무엇보다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해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이기에 충전소가 충분히 증설되고 회사에서 고객님들의 요구에 맞춰 더 개선된 제품을 출시한다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에 전기차와 수소차 라인업 확충에 좀 더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내연기관차의 전동화 차량 대체는 대세인 만큼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와 수소차 라인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수소차가 출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고객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차량 가격이 부담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속 있는 전기차, 수소차가 출시돼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상품성 강화와 라인업 다양화도 영업 현장에서 반기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수입차에서 제네시스로 갈아타는 케이스도 많다는 게 김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기능, 성능, 편의장비, 주행성능 부분에서 수입 브랜드에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면서 “특히 제네시스의 큰 장점은 다른 고급차 브랜드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과 안정성이 보장됐다는 부분”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평판이 높아지면서 고객들도 수입차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로 많이 전환하고 있다”면서 “많은 국내 고객들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해외 고급 브랜드와 동급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제네시스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고급화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마지막으로 현대차가 마케팅 분야에서 좀 더 감성적 느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웅장함과 지적인 느낌의 광고보다 친근한 느낌으로 쉽게 다가가는 감성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민적이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랜저 광고를 예로 들었다.


김 부장은 “요즘은 자동차가 일상생활 중 하나가 됐다”면서 “사람들은 충분히 전기차와 수소차의 미래 가능성과 기술을 인식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감성마케팅을 시도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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