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가 국가대표에게 플레이오프하자’는 몰염치 수작
과학(디지털) 부총리 받는 게 적절, 정부 나눠먹기 야합은 역효과
그동안 줄곧 “단일화 없다”…대국민 사기극 아니고 뭔가?
역선택 배제 합의 절대 불가, 자기 무덤 파는 대실수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번만 그런 게 아니고 다음에도 그렇다고 본다. 왜? 그는 대통령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교수, 벤처 사업가, 제3지대 정치인 경력으로 보아 능력도 괜찮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결점들이 많다.
통이 작고, 아집이 강하고, 중요한 대목에서 잘못된 결정을 하는 판단력 부족을 보인다. 한때 그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 중에 지금은 떠나간 이들이 거의 대부분인데, 그들은 하나같이 안철수가 인덕(人德)이 없는 성격과 인품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는 돈에 인색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필자가 안철수에게 가장 실망한 그의 처신이 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선 후보 단일화 싸움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을 물리치기 위해 적군의 생태탕 마타도어에 슬그머니 편승한, 가장 그 답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이제 와서 보니 가장 그 다운 기회주의적 속성이고 자기만이 옳고 자기만이 깨끗하다는 오만과 용렬(庸劣)이었다.
진보좌파 나팔수 김어준이 기획하고 퍼뜨린 가짜뉴스 프레임을 잠재적 동지인 단일화 경쟁자에게 아무런 증거도 없이 덮어씌운 것이다. 그는 이 패착(敗着) 하나로 깨끗한 정치인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그리고 서울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오세훈에게 패퇴했다. 안철수는 이번 출마 선언 시에도 윤석열에게 저쪽 프레임을 적용, 가족 비리가 많은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
이런 그가 대권을 거머쥐어 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꿈을 꾸고 있다. 제1야당 후보와의 ‘국민 경선’ 단일화를 통해서다. 그는 어제 4.7 보선 때 오세훈과 했던 똑같은 여론조사 방식(적합도 50%+경쟁력 50%)으로 야권 단일 후보를 뽑자고 했다.
안철수의 제안은 아주 엉뚱하고 당돌한 것이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10% 밑으로 떨어진 3등 후보다. 윤석열은 그보다 5배나 많은 30% 후반에서 40% 중반을 오르내리는,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프런트 러너다.
그런 사람이 여론조사로 단일화 하자? 이것은 여권 후보 지지 응답자들의 역선택(자기편에게 유리한 후보를 고르는 것)을 바라고 도박을 해보려는, 참으로 몰염치한 수작이다. ‘조기축구 팀이 국가대표 팀에게 플레이오프하자’는 격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의 말로가 이렇게까지 비루하고 후안무치할지 몰랐다. 3등 주제에 자기 무덤을 파는 자충(自充) 외통수고 대실수다.
정몽준-노무현 단일화 때도, 안철수-오세훈 때도, 각각 두 주자의 직전 여론조사 지지율은 엇비슷하거나 패한 쪽이 약간 더 높았다. 지금의 尹-安 격차는 꼬마와 어른 차이다. 그러니 안철수의 제안은 양심이라고는 없는, 자기 지지율이 현재 몇 %가 됐든 자기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뻔뻔스러운 도심(盜心)이다.
그는 또 바로 그 전날까지도 “단일화는 없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왔다. 그러면서 집권당 이재명 측과는 지난 한 달 동안이나 물밑 접촉을 해온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져 “그러면 그렇지, 그게 간철수지”라는 말을 듣게 된 처지다. 이건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
안철수는 이번도, 다음 대선도 없어지는 망하는 길이 될 이재명과 결혼 생각을 접고 윤석열에게 잽을 날려 보냈다. 정권교체라는 명분도 있고, 다음을 위해 더 나은 딜을 얻어낼 작전이라고 봤을 것이다. 얕은꾀다. 그 이유를 ‘선제적 제안’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치장했다.
그의 날강도 같은 기습에 윤석열은 당연히 거부했다. 앞으로도 합의가 절대 불가한 오퍼다.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이번에는 노무현, 홍준표 때보다 더 지독하게, 좌파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활을 건 역선택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로서는 보다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좋기는 하지만, 그 몇 %포인트(안철수 지지율 7~10% 중 얼마가 옮겨올지는 미지수다) 더 얻기 위해, 모험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둘이 2~3등이라면 역선택이든 뭐든 여론조사 단일화가 답이겠지만 말이다.
안철수는 그의 사전에 대통령은 없는, 자력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는 사람이므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윤석열과 손잡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는 길로 가야 한다. 그리하여 그가 자부해 마지않는 경험과 능력을 펼치고, 그 성과와 평가에 따라 다음에 더 높이 도약하는 게 최선이다.
윤석열이 역선택 여론조사 같은 것 대신 둘이 만나 담판하자고 손을 내밀 때 겸손하게, 대의를 위해 커피 한 모금 하며 얘기를 나누는 게 좋다. 이번 제안이 받아 들여지지 않아 ‘원치 않는 완주’를 하게 될 경우 그는 선거 비용과 명분, 그리고 (담판에 의해 얻어질) 지분 모두를 잃게 된다. 얻는 게 전무한 것이다.
그렇다고 총리니 공동정부니 하는 조건 같은 것에 합의하는 단일화가 되면 나눠먹기 야합으로 비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DJ가 JP에게 총리 자리를 줘서 뭐가 달라졌나? 대한민국엔 대통령 한 사람이 거의 전부이고, 나머지 각료들은 다 같은 스태프의 위치다. 그는 과학(디지털) 부총리를 맡아 행정 경험도 쌓고 국정에 기여하는 제의를 받아들이는 게 그 자신과 나라를 위해 가장 적절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시간과 지지율 추이는 안철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