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 후 시장 반발 확산 '도화선'
기업들 분할 계획 접고 '주주달래기' 분주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문제가 금융투자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쪼개기 상장으로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업들은 물적분할 카드를 접어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핵심 사업을 떼어내 상장하면 모기업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기존 주주들은 불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기업들은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다. 여기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쪼개기 상장'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향후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데일리안은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물적분할 제도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4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최근 CJ ENM은 물적분할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CJ ENM은 콘텐츠 제작부분을 물적 분할해 '제2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에 전격 철회선언을 한 것이다. CJ ENM 관계자는 "주주들의 우려에 신설법인 설립 방식에 대한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맞은 이면에는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의 핵심사업을 떼어내 자회사를 상장시키면 기존 모회사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분할에 이은 상장으로 SK케미칼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카카오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각각 분할시켜 상장한 뒤 주가가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더욱이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한 회사의 기존 주주는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가치 훼손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껏 기업을 키워온 개미들은 자식 잃은 심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동학개미 운동 벌어질라…눈치보는 기업들
결국 곪을 대로 곪은 주주들의 불만이 터진 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IPO'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지만, 정작 알짜 사업을 떼어준 LG화학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봐야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현재 NHN는 클라우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겠다고 밝혔고, 만도도 자율주행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확정했다.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사업의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LS일렉트릭 등도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투시장에선 주주들의 반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개인투자자 단체가 물적분할 반대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또 다른 '동학개미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기업들은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CJ ENM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SK온의 상장을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물적분할을 통해 세운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동시에 주주 달래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는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사주 배당을 결정했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주가가 15만원으로 오를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함께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자회사를 상장할 땐 모회사의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진 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 결의를 정관에 새로 넣으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랬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주주 가치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문제는 모회사, 자회사 이중 상장"이라며 "모회사 주주 권리가 외면 받는 만큼 주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