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략, 대선 활용하다 역풍?
'아마추어' 탓 뉴스, 반발에 내리기도
이준석 "때릴만 하니까 맞았다고?
천박한 인식…과연 외교 하겠느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관련해, 이를 비(非)정치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아마추어 리더십' 탓으로 돌리며 국내 대선 국면에 활용하려 한 범여권이나 일부 매체의 시도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6일 오후 예천역에서 영주역으로 이동하는 '윤석열차' 차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내에서 평화·민주주의를 가치로 내세우는 것에 반해, 국제 이슈로 가면 항상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누가 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정당화될 수 없는데, '때릴만 하니까 맞았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비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TV토론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TV토론 도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가리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됐다"며 "나토(NATO) 가입을 공언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SNS를 통해 "지도력이 부족한 코메디안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해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며 "외교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대통령이 미숙한 리더십으로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가세했다.
한 매체는 이같은 취지의 주장을 담은 디지털 뉴스를 만들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MBC 디지털 콘텐츠 '엠빅뉴스'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다룬 동영상 뉴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도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방송인 올레나 시도르추크는 이날 SNS에서 "곧 대선이 다가오는 것은 알겠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여론몰이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진짜 아닌 것 같다"며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하면서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게 선거 잘하자'는 메시지를 푸시해나가는 게 언론사가 할 짓이냐"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정치인의 미숙함 때문에 그런 전쟁이 발발했다'고 하는 것은 2차 가해 정도가 아니라 금도를 넘는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이런 천박한 인식으로 과연 국제 외교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