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의 검찰 진술 "유동규, 정진상 통해서 이재명에게 의사 전달"
검찰, 정진상 관련 진술 작년 10월에 확보했는데…소환조사는 1월에 겨우 '1번'
검찰 수사의지 불신 여전…대선 끝나고 사건 흐지부지 우려
민주당 실익 없어 이재명 당선과 관계없이 '특검' 계속 거부할 듯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의 '윗선'에는 여전히 근접하지 못하면서 결국 '아랫선 수사'에만 그치고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건 윗선의 존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연루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과 남욱 변호사 검찰 진술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검찰이 의도적으로 윗선 캐기를 피하는 부실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22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정진상·김용과 자주 만났는가요"라는 질문에 "자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정진상·김용과 김만배가 나눈 대화는 이재명 도지사에게도 전달되는 것인가요"라는 검찰의 질문에 남 변호사는 "그럼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유동규도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 시장에게 의사 전달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인 김용은 이 후보의 도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이었고, 성남시의회 의원을 맡기도 했다. 정진상은 대장동 사업 당시 인허가권을 쥔 시장 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사업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으며 현재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을 맡고 있다. 대장동 의혹에도 불구하고 비서실에 배치될 만큼 이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보좌한 '실세 중의 실세'라는 게 정가의 평가다.
각계는 그동안 대장동 의혹 수사 대상을 윗선으로 확장하려면 정 부실장을 불러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해왔지만, 실제로는 지난 1월 비공개로 1번 소환하는 데 그쳤다. 검찰이 남 변호사로부터 정 부실장에 대한 중요한 진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배경을 의식해 3개월 동안 수사를 미적거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최근 추가로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014년 6월 29일 정 회계사와의 통화에서 "정 실장과 김용, 유동규, 김만배, 이렇게 4분이 모여서 일단은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이 얘기하니 그러자고 했고, (김만배씨가) 큰 형님이시니까"라고 말했다. 정 부실장이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횡령·배임 혐의에 깊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높이는 부분이다.
또 2020년 4월 초 녹취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정 회계사에게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며 "이거는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과정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걸 인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수사 초기에 정 부실장 등 대장동 사업의 윗선 개입을 뒷받침할만한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는 여전히 유 전 본부장 선에서 그치고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혹은 대선이 끝난 뒤 유야무야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검찰은 대장동 초기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해 거짓 해명까지 내놔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또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성남시장실에 대해 늑장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부실수사 비판이 줄이었다는 점도 수사 의지가 없다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계속 윗선 수사를 미루는 것은 민주당 재집권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만 확대시킬 것"이라며 "즉시 정 부실장과 이 후보를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야권은 검찰의 수사 의지에 거듭 불신을 표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실제로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의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특검 도입에 응해봤자 민주당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다는 게 정가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발동 가능한 '상설특검'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국회 논의 없이도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정치권의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국회가 합의할 사항"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 달라"며 선을 긋고 있어 상설특검 도입 가능성도 요원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