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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독서문화①] 웹소설 넘어 채팅형 소설까지…‘대화’ 하듯 읽고 쓰는 10대들


입력 2022.03.29 16:28 수정 2022.03.29 16:2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웹소설 젊은 층에 꾸준히 인기

채팅형 소설 플랫폼 채티 70% 이상이 10대

“이강순, 네가 내 별이다.”


사춘기 학생들을 잠 못 이루게 했던 인터넷 소설 ‘내 남자친구에게’의 명대사다. 각종 줄임말과 인터넷 용어 물론, 엄청난 숫자의 이모티콘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한 이 소설은 2004년 인터넷에서 연재된 이후 출간된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다.


ⓒ영화 '늑대의 유혹' 스틸

귀여니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소설을 연재한 1세대 웹소설 작가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하며 사춘기 학생들을 울리고 웃겼다. 10대들의 뜨거운 지지를 바탕으로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도레미파솔라시도’ 등 무려 세 작품이 영화화됐으며, 그중 ‘늑대의 유혹’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늑대의 유혹’에서 배우 강동원이 우산 아래 얼굴을 드러내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맞물려 귀여니, 은반지, 이햇님 등 다수의 인터넷 소설가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10~20대가 쓰는 용어와 그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멜로물들을 선보이며 로맨스 소설의 새 장을 열었었다.


다만 이모티콘, 줄임말의 향연은 물론, 로맨스와 학생 일상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인터넷 소설은 당시에만 해도 10대들이 즐기는 문화로만 한정되곤 했다. 귀여니를 비롯한 일부 인기 작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작품들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연재됐고, 이에 인터넷 소설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과 확대가 인터넷 소설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줬다. 웹툰, 웹소설과 같은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관련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웹소설’이라고 불리며 네이버와 카카오, 리디북스, 조아라, 문피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100억 원에서 2018년 약 4000억 원으로 뛰며 5년 만에 40배로 커졌으며, 현재 웹소설 시장 규모는 6000억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로맨스는 물론, 판타지, 무협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자연스럽게 구독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10대들은 이 변화 역시도 빠르게 받아들였다. 지난 2017년 1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한달 동안 안드로이드 이용자 2만 3564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791만 명이 웹툰과 웹소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10대 이용자가 254만 명으로 가장 높았다. 20대는 233만 명으로, 10대와 20대가 전체의 62%를 차지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20년 만 10세~59세의 일반 국민 총 3338명을 대상으로 ‘2020 웹소설 이용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대의 77.0%가 지금도 ‘웹소설을 이용한다’고 응답하는 등 여전히 웹소설을 즐겨 읽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채팅을 하듯이 책을 즐기기도 한다. 화면을 탭하면 말풍선이 등장, 대화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채팅형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10대들은 새로운 전개 방식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은 물론, 해당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뭉쳐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하고,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며 새로운 독서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채티

채팅형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 채티의 월간 이용자는 45만 명~50만 명이다. 2018년 5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채티의 오픈 당시 월간 이용자는 3만 명이었다. 약 4년 만에 15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현재 매일 1만 5000개 회차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이 플랫폼의 사용자는 10대가 무려 70% 이상을 차지한다.


채티 관계자는 “줄글로 된 텍스트보다는 채팅에 익숙한 10대들에게 강점이 되고 있는데, 콘텐츠를 직접 써볼 수 있게 한 것도 하나의 인기 이유가 되고 있다. 10대들이 소설을 읽으러 왔다가 이야기를 구상해서 쓰기도 하고, 또 그들이 쓴 작품이 또래 층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인기를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들 중심의 소비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인기 이유를 짚었다.


작가와 독자, 또는 독자들 간의 활발한 소통도 10대들에게는 채티를 즐기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채티 관계자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팔로우, 언팔로우 기능이 있다. 이를 통해 작가가 게시글을 남기면,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소통을 하곤 한다. 외부 플랫폼에서 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오픈 채팅방을 열어 그들끼리 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채티에서는 이 오픈 채팅방을 5000개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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