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총재, 열기 식은 한국 프로야구 위기 언급하며 ‘스타 존재’ 강조
김도영-송찬의-문동주 등 대형 신인과 화려한 외국인선수 푸이그 언급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섰다”며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론을 설파한 허구연 신임 KBO 총재는 ‘2022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가진 지난달 31일 미디어데이에서 “항상 '팬 퍼스트'를 강조하고 있다. 야구계 전체가 팬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KBO리그는 2016~2018년 3시즌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한 뒤로 관중이 꾸준히 감소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야구 열기가 확연하게 식었다. 팬들의 관심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새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은 역시 스타의 존재다. KBO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롭게 뜨는 신선한 스타라면 그 힘은 더 커진다. 허구연 총재는 KBO리그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을 대형 신인과 화려한 외국인 선수들을 콕 집어 말하며 팬들에게 프로야구 사랑을 구했다.
허 총재는 “올해 이대호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양현종-김광현이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왔다”고 소개하면서도 “김도영, 송찬의, 문동주 등 좋은 신인들이 많아 기대되는 한 해다. 또 메이저리그 출신의 푸이그가 온 것도 호재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새 얼굴은 김도영(19·KIA 타이거즈)이다.
진흥고 출신의 투수 문동주(19·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지역 연고팀 KIA의 1차지명을 받은 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화려한 수비, 그리고 야구 센스로 ‘제2의 이종범’으로 불렸다.
구단 역대 야수 신인 최고 계약금인 4억원을 받은 김도영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그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다. 12경기 타율 0.432(44타수 19안타)로 1위에 올랐고, 홈런 2개와 도루 3개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높은 기대와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KIA 선배들의 조언은 김도영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낼 때는 선배 유격수 박찬호도 박수를 보냈다.
신인왕 1순위라는 반응에 대해 김도영은 "감사하다.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김종국 KIA 감독은 “공격·수비·주루 모두 뛰어나고 멘털과 자세까지 갖춘 신인이다. 경기 감각만 더 살아나면 슈퍼스타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중고 신인' 송찬의(23·LG 트윈스)도 화제의 인물이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6개 터뜨리며 '우타 거포'에 목마른 LG 팬들에게 희망을 쐈다.
2018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송찬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퓨처스(2군)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올해는 시범경기 홈런 1위(6개), 타점 공동 1위(10타점)에 오르며 1군에서의 성공 가능성까지 높였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90승 투수 이반 노바와 빅리그를 거친 김광현(SSG 랜더스)을 상대로 홈런을 빼앗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류지현 LG 감독은 “송찬의를 테스트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개막전 출전이 불발된 홍창기 대신 송찬의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시범경기 등판 없이도 이목을 끌어당기는 새 얼굴도 있다. 2022년 신인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파이어볼러’ 루키 문동주다. 광주 화정초-무등중-진흥고를 졸업한 문동주는 우완 정통파로 올 시즌 최고의 신인 투수로 기대를 모으는 특급 유망주다. 올해 들어온 신인 중 최고 계약금인 5억원을 받았다.
류현진(토론토)이 참관한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에서 시속 155㎞를 뿌린 투수다. 스피드가 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궁무진한 잠재력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올 시즌 투구 상한선을 잡을 만큼 철저히 관리해 ‘10년 에이스’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한화의 의지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재활에 들어가 개막 합류는 불발됐다. 돌발 변수 없이 투구 프로그램을 소화한다면, 개막 후 1~2개월 사이에 실전 자원으로 합류가 가능하다. 올 시즌 당장 5선발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수라는 평가다.
TV중계를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MLB 출신 스타도 KBO리그에 들어온다.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의 절친으로도 유명한 ‘쿠바 악동’ 야시엘 푸이그(32)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861경기 타율 0.277 132홈런 415타점 441득점을 기록했다.데뷔 시즌 신인왕 투표에서 2위까지 올랐던 스타다. 3년 연속(2017·2018·2019) 20홈런 이상 터뜨린 푸이그는 장타력은 물론 강한 어깨와 빠른발을 자랑한다. 이름값과 성적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 거센 바람을 일으킬 만한 역대급 외국인 타자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182(33타수 6안타) 3타점 OPS 0.418로 부진했던 푸이그는 “시범경기 결과는 걱정하지 않는다. 안 좋았던 원인을 찾으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정후가 팀에서 가장 친한 동료다. 팀에 녹아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웃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푸이그를 놓고 시범경기 성적을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금세 적응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키움이 푸이그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느냐다”라고 입을 모은다. 물의를 일으키는 잦은 돌출행동으로 악동 이미지가 짙은 푸이그는 MLB 구단들도 통제가 쉽지 않았다. 화려한 쇼맨십까지 갖춰 전력과 흥행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인 것도 분명하지만,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양면성 띤 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