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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수사지휘권 "비정상"이라는 박범계…지휘권 복원 '급제동' 까닭은?


입력 2022.04.02 07:02 수정 2022.04.02 22:0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한동훈 겨냥 지휘' 논란 거세지자 하루 만에 철회…법무부 "오해의 우려 있어"

박범계 "비정상을 정상화 하는게 맞다고 생각…완전히 없던 얘기 되는것 아냐"

법조계 "박범계, 법무장관 역할 놓고 정치에 편중…논란·구설수 스스로 키워"

지휘권 발동 강행 실익 적다고 판단…정치적 남용 비판, 다시 거세지면 文검찰개혁 정당성 상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기 위해 합동브리핑실에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가족·측근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복원'을 검토하다 반발에 직면하고 하루 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법무부는 "오해의 우려가 있어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박 장관의 의중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박탈했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지난달 31일 법무부 검찰국에 지시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휘부에 한 검사장이 무혐의라는 보고만 11차례 올린 가운데, 사건을 다시 김오수 검찰총장 측에 넘기는 것은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을 늦추기 위한 '꼼수' 라는 비판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즉각 성명을 내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리려는 것조차 수사지휘권을 동원해 막으려는 건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박 장관은 오후 늦게 수사지휘권 발동 지시를 철회했다. 이어 퇴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번 논의가 중단되고 완전히 없었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검찰청법과 여러 법률에 근거한 체계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조치를 '비정상'으로 규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조치로 추 전 장관은 정치적 역풍을 맞고 결과적으로 자진사퇴까지 이어졌는데, 후임자인 박 장관도 이를 부정한 셈이다.


다만 박 장관은 추 전 장관의 검찰권력 축소 기조를 승계해 장관 수사지휘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입장이다. '한동훈 표적' 논란을 다급하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실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치평론가인 강신업 변호사는 "박 장관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 하에 법질서를 지켜야 할 법무장관의 역할보다는 정치적 이해를 쫓는 의원의 역할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며 "이들 역할이 상충하면서 모순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구설수도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박 장관은 이번에 발동하려고 한 수사지휘권이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정권에 편중된 행보를 보여 온 것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며 "'윤석열의 사람'인 한 검사장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의심도 박 장관이 스스로 쌓아온 평판과 친정권 행보가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하루 만에 수사지휘권 발동 논의를 중단한 것은 강제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도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박 장관과 윤 당선인 측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수사지휘권은 정치적 의도로 남용돼왔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적 남용 비판이 거세지면 문재인 정권은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수사지휘권 폐지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인 이재원 변호사는 "박 장관은 퇴임 직전 장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는 심정으로 이번 악수(惡手)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정권이 핍박한 한동훈 검사장이 검찰 요직에 중용되는 데 큰 위기감을 느끼고 견제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 장관이 비판 여론을 물리치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더라도 실제 윤 당선인 관련 혐의들이 밝혀질지도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친정권 행보로 빈축을 샀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달 정치권의 사퇴압박을 거부한 이후로 윤 당선인의 코드에 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강신업 변호사는 "정권 교체를 코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김 총장이 박 장관이 의도한 대로 움직여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가급적 윤석열 정권과 충돌을 피하는 결과를 내놓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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