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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금강산 'CVID'…남측 시설 잇따라 철거


입력 2022.04.13 04:32 수정 2022.04.12 23:3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정부, 강원 고성 산불로 인한

남측 시설 피해 여부도 파악중

북측 공식 답변은 아직 없어

통일부가 지난 2019년 10월 공개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아난티 소유 골프장 전경 ⓒ통일부/뉴시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마련된 남측 시설들을 잇따라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대북구상인 금강산 개별관광 카드가 임기 말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조치를 당하는 모양새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남측 기업인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에 이어 국내 리조트기업인 아난티 그룹의 금강산 골프장에 대한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해금강 호텔 이외에 골프장에 대한 추가 철거 동향을 파악 중"이라며 "해당 사업자를 통해서도 추가 동향이 있는지 파악해줄 것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철거 진척 상황에 대해선 '정보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북한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남측 시설이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강원도 고성군에서 산불 발생, 비상대책 강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월 9일 오후 3시20분께 강원 고성군 온정리 지역의 금강산 구룡연 주변과 고성항 골프장 주변 야산에서 산불이 일어났다"며 "세찬 바람이 불어 수백 정보(1정보=3000평) 산림과 시설이 불에 탔다"고 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발생 20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11시20분께 진압됐다.


통일부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남측 시설 철거 △산불로 인한 피해 상황 확인을 북측에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와 관련해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북한은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조속 호응해오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관련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해 철저히 대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사업자, 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난티, 금강산 사업 '손절'


한편 아난티는 이날 금강산 관련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 보유자산이 1조3000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507억원 규모의 금강산 골프장 문제가 브랜드 가치에 더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매듭'을 짓겠다는 취지다.


아난티는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대지 168만5000㎡(51만평)를 50년간 재임대해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마련한 바 있다. 관련 시설은 지난 2004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3년 만에 완공됐으며, 투자 금액은 900억원에 달한다. 골프장의 경우 2008년 5월 임시 개장됐으나 2달 뒤 발생한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 10년 넘게 폐장 상태로 방치돼왔다.


'대표 대북주(株)'라는 꼬리표로 인해 아난티는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갈 때마다 주가 널뛰기를 반복해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주가가 14.49%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 선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던 지난달 11일에는 하루 만에 10.76% 급락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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