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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 일약 ‘차기’로 떠올린 위험한 승부수


입력 2022.04.15 02:02 수정 2022.04.15 15:28        데스크 (desk@dailian.co.kr)

거야(巨野)와 언론 눈치 보지 않는 윤석열의 정면 돌파 신호탄

한동훈, 검찰총장-국회의원 안 거치고 바로 (차)차기 잠룡 부상

인사청문회 통과 불가 확률 100%…“알고도 던진” 초유의 지명

폐지되는 민정수석, 검찰 직할 사령탑 역할 겸하게 될 ‘최측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쓴다.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다. 형사 사법 제도는 법무부와 검찰이 논의해서 하면 된다.”

검찰과 국가 중대 범죄 해결 명운이 걸린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이렇게 동문서답했다. 그 며칠 후 ‘정답’을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내놓았다.


49세, 동안(童顔)의 후보자 한동훈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새 정부 최대 관심 인사 대상자였다. 윤석열 팀의 수장으로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를 이끌었고, 그와 함께 현 정권으로부터 핍박받는 검사장으로 4번 좌천됐으며, 날조된 ‘검언유착’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다 대선 이후에야 무혐의가 확정됐다.


처음에는 검찰총장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김오수를 임기 전에 밀어내는 건 새 정부 슬로건에 맞지 않았다. 金도 ‘전향’(轉向)의 자세를 보이니 서울중앙지검장, 대장동 관할인 수원지검장 임명설로 바뀌었다.


진보좌파로서는 공포감, 보수우파로서는 기대감이 섞인 추측이었다. 특수통 검사 한동훈은 명검(名劍)이란 말을 들어왔고, 전 법무부장관 추미애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 ‘복수’의 칼을 갈아온 사람으로 회자(膾炙)돼 왔기 때문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독립운동가의 정부 요직 등용은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다. 죄짓지 않은 사람들이 왜 두려워하냐. 불법을 저질렀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즉문즉답(卽問卽答) 인터뷰에서 ‘최측근’ 인물 평가와 중용 소신을 서슴없이 밝혔다. 전(前) 정권 수사에 대해서도 답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정치 보복이란 말을 듣고는 싶지 않다. 한동훈을 수사 책임자로 앉히면 문재인과 이재명 수사를 시키는 것이라는 거야(巨野) 민주당과 진보좌파 극렬 지지자들의 벌떼 공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검수완박 사태가 터졌다. 민주당이 문재인 임기가 남아 있을 때 172석을 이용, 검찰 수사권을 다 없애버리는 쿠데타를 감행하고 있다. 韓에게 ‘칼 대신 펜을 쥐어준’(장제원) 윤석열의 묘수, 초강(超强) 승부수가 검수완박 대항 카드로 나온 것이라면 그 인사는 민주당이 부른 셈이다. 거대 야당과 양비론 언론에 눈치 보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윤석열 스타일의 신호탄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20여 년간 법무부 검찰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수사, 재판, 검찰, 법무 행정 분야 전문성을 쌓아왔다. 앞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정립하는데 적임자라 판단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갖고 있다.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尹의 말 속에서 한동훈 발탁 목적이 다 읽히진 않는다. 그의 새 정부에서는 폐지될 예정인 청와대 민정수석(정부 인사 검증)과 검찰 직할(검사 간부 인사)을 위한 사령관으로 그를 겸임시키는 포석이란 추측만 가능하다.


한동훈의 역할은 검수완박 강행과 실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강행이 성공한다면, 그 후속 조치로 설치될 6대 중대범죄 담당 수사청이 그의 관할 아래로 들어가는 게 합리적이다. 행정안전부 등 다른 어디에 속하더라도 윤석열 밑에 있게 된다. 그러니까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타조가 모래밭에 머리 처박는 꼴’(데일리안 [정기수 칼럼] 4월 11일자)이란 말을 듣는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나 민주당 내 온건파 의원들의 반란으로 그것이 무산될 경우에는 장기적인 사법 시스템 개선 추진과 검찰 독립성 강화가 그에게 맡겨지는 중책이 될 것이다. 상설 특검법에 의한 대장동 등 중요 사건들의 특검 추진도, 검수완박 성패와 무관하게, 그가 하게 될 일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난 도둑 신세가 될 것인가?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청문회 통과 안 될 확률이 100%…“알고도 던진” 윤석열의 기습 대포에 경악 그 자체다.


“인사 참사 정도가 아니라 대국민 인사 테러다. 통합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 보복 선언이다.”(박홍근)


“복수심에 불타는 한동훈을 지명했다는 것은 정치 보복을 실현할 대리자를 내세운 것이다.”(강병원)


“검찰을 사유화하겠다는 선언이다. 민주당은 오늘로써 윤 당선인에 대한 협치의 기대를 깨끗이 접겠다.”(오영환)


“윤 당선인에게 대통령직은 친한 사람 장관 시켜주는 자리입니까. 측근 의혹 털어주는 자리입니까. 앞으로 5년이 정말 캄캄하다.”(박주민)


“검찰 정상화(검수완박)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윤석열다운 방식을 택한 묘수다. 역시 최대 공로자답다.”(최강욱)


서울대 법대-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유 소신파 한동훈은 윤석열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尹은 말술인데 그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말도 윤석열보다 훨씬 세게 한다. 추미애가 장관 퇴임 후 그의 이름 뒤에 ‘씨’를 붙이자 그도 ‘추미애씨’라고 불렀다.


“검찰은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 나는 검찰과 법무부에서 상식과 정의에 맞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연에 기대거나 맹종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맹종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서 제2의 윤석열 냄새가 난다. 尹은 문재인이 그랬듯이, 어느 시기 ‘장관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라고도 할 것 같은 한동훈을, 검찰총장-국회의원 단계를 생략하고 차기, 최소한 차차기 대권 잠룡(潛龍)으로 급부상시키는, ‘위험한’ 초유의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 전망은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그러려면 한동훈이 법무부장관으로서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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