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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 앞둔 문재인정권 측의 집단 히스테리


입력 2022.04.18 08:00 수정 2022.04.18 07: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오죽하면 김 총장까지 저항할까

정권 안에 검찰 공포증 만연했나

문 대통령만은 이성적인 판단을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방문해 대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사표를 제출했다. 작년 6월 1일 임명된 후 10개월 17일만이다. 정권 측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희망했겠지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점수가 너무 낮아 대상에 들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 그나마 정부 측이 임무를 맡길만하다고 여겼던 후보가 4명 후보자 가운데 추천위 점수 4위였던 김 후보자였던 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그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관례를 깨는 무리였다. 공공연히 아바타 역할을 기대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김 총장까지 저항할까

우여곡절 끝에 임명됐던 김 총장이 스스로 자리를 내놨다.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저항이다. 검찰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임명을 강행했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온갖 비난을 무릅쓰며 임명해 줬더니 ‘그 좋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다는 것 아닌가. 김 총장을 아바타 삼아 검찰의 반발을 잠재우고 그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정부의 장악력을 키우게 되기를 기대했을 텐데 구상 자체가 어그러지게 생긴 것이다.


정권 측이 대선에서 이겼더라면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 정권교체가 확정되자 검찰은 한없이 늦췄던 수사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정권 핵심부로서는 악몽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검수완박’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검찰의 손에서 수사권이라는 칼을 빼앗아버리면 자기들 편의 안전이 일단은 확보된다고 계산했을 법하다.


“172석이나 되는 국회 의석을 언제 써먹으려고 아껴둘 것이냐”는 기분이 집권 더불어민주당 안에 급속히 확산‧전염되었을 것이다. “차고도 넘치는 의석을 가지고 검찰의 처분만 기다리는 바보짓을 왜 해!”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검수완박 입법’, 그러니까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한 것 아니겠는가.


“윤 정권이 들어서면 어쩔 건데? 우리는 여전히 초거대 정당이라고. 우리 비위를 건드리면서 정권이 무사하길 바랄 수 있겠어? 잘 봐. 이게 바로 우리의 장기인 ‘대못박기’라는 것이야.”


어쩌면 이런 말로, 서로 격려해가며 자기세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수를 대신한다는 추종자적 사명감일까? 문 대통령 및 이재명 민주당 상임 고문 관련 수사에 대한 원천봉쇄 의지일까? 정권 내부적으로 검찰 공포증이 퍼져있다는 반증인가?


몇 사람 당내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던데 막상 발의 단계에선 단 한 사람의 이탈자도 없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단합이고 담합이다. 검찰을 박살내기 위해 이렇게 모두가 역사에 남을 검란(檢亂) 서명 명부를 남기다니!

정권 안에 검찰 공포증 만연했나

집단히스테리라는 느낌까지 갖게 하는 단체 행동이다.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보도다. 특히 황운하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미루면서까지 ‘검수완박’ 법안의 우선처리에 앞장섰다. 그는 이를 호소하는 편지를 같은 당 의원들에게 보내면서까지 열과 성을 다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수사권이 막강하고 국가수사 총량이 많은 나라이며 허구한 날 수사관련 뉴스가 도배를 한다. 기존 검찰 수사 영역인 6대 범죄는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고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돼야 한다. 지금도 일에 치이고 있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담당할 수도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해내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느냐?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편지였다고 한다. 왜 그가 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그처럼 기를 쓰고 나섰던가를 참으로 명쾌하게 스스로 토로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런 선동에 휘둘려 부화뇌동한 것이라면 한국의 대의민주정치에는 희망이 없다.


대의정치의 의의는 정파 간의 숙의를 거친 합의에 있다. 공화나 협치의 이념이 바로 대의정치의 요체다. 그런데 의석수를 앞세워 그 의의와 구조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만사형통의 주문인 양 외우던 사람들이 이렇게 표변할 수 있다니! 어떻게 그 많은 의원 중에 단 한사람도 반대의견을 표명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인지 기괴하게 여겨질 정도다.


조직 이탈을 감행할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 탓일까? 조직의 활력은 유연성에서 비롯된다. 경직된 조직은 생명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게 조직의 윤리쯤으로 인식될 정도라면 민주당은 이미 생명을 다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단지 0.73% 25만 표 차로 정권을 빼앗긴데 대한 책임추궁이 두려워서 무조건 남가는 데로 좇아가는 집단 추수형(追隨型) 심리 작용일지도 모른다. 크게 졌으면 오히려 각자의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너무 미세한 승부여서 개별 의원들의 책임 몫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나는 적극적인 참여자”라고 주장하고 과시할 필요를 느낀 게 아닐까? 전원 일치 서명은 맹목적 충성맹세나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만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가 막아선다고 기차가 멈출 것은 아니니까 편승해 가는 수밖에.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책임은 아니다.” 이런 심정일 수도 있다. 집단 의존형 마인드라고 하겠다. 이런 심리는 “모두가 정의감을 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당 소속 의원 100%가 공감했다는 것은 거기에도 정의가 있다는 뜻”이라는 자기 위안, 자기 합리화에 이어질 수가 있다.


“나는 지나치게 정치도의(政治道義)에 구애되는 경향이 있어. 상황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판단을 달리해야 하는 게 정치인 거야. 검찰은 악의 화신이라고 국민 대다수가 주장해 오지 않았는가. 내가 그 생각을 공유하는 게 왜 문제인가. 오히려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지!”


이런 자기세뇌가 성공하면 오히려 안도하고 만족감까지 갖게 되지 않을까?


사람의 삶이란 어느 구비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여정이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지금과 같은 처지에서 만나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 이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윤 당선인과 그런 악연으로 얽히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검찰을 피하면 의혹이나 혐의가 저절로 풀리는 게 아니다. 공수처·경찰·(앞으로 생기게 될)중수청이 수사 회피자들을 위해 ‘휴업’ 안내판을 내걸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 수사권과 수사기관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다음 정권에서도 수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검찰을 몰아냈다고 경찰이나 공수처 등이 그 공로를 인정해서 문 정권 사람들에게만은 면죄부를 줄까?


칼자루를 쥔 손이 바뀌면 172명의 공모(共謀)는 의미가 없어진다. 막가는 이 상황을 그래도 이성적 합리적 마인드로 정리해 줄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5월 10일 0시가 되면 일반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검수완박’ 법안을 퇴임 직전에 서명하고 떠나면 두고두고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키면서 국민 사이에 화해‧화합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면 민주당의 공모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옳다. 퇴임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줄 선물로 이만한 것이 달리 있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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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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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2022.04.18  11:43
    소도 도살장에 가면 눈물을 흘리고, 여우도 죽을 때 고향으로 머리를 향한단다. 
    하물며 제 놈들이 그간 해 온 짓거리가 있는데 죽을 때가 왔음을 모를까? 
    
    죽을 놈은 죽어야 하는게 이치고 도리다! 
    모조리 쳐 죽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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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났어 2022.04.18  08:52
    문재앙이 주범일건데 법안 거부 할일 없을거고 참 종자색히들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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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주 2022.04.18  04:16
    검찰개혁은 정권 말기까지 끌고 올 일이아니었다,
    그들의 죄악은 온 국민이 다 아는것,
    늦엇지만 국가의앞날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할일,
    그들의 집단 반발무서워서 못하면, 모두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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