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올레나 참석
마리아 "전 세계 아이들이 전쟁은 역사책에서만 알길"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10개 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오후 전주 완산구 고사동에 위치한 중부비전센터에서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지지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뜻을 모은 영화제는 Δ전주국제영화제 Δ강릉국제영화제 Δ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Δ서울국제여성영화제 Δ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Δ부산국제영화제 Δ울주세계산악영화제 Δ제천국제음악영화제 Δ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Δ평창국제평화영화제 등 모두 10곳이다.
이날 배창호 울주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박광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성우 집행위원장,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자리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지난해에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공식 성명을 10개의 국내 국제영화제와 함께하기도 하는 등 범세계적 평화 유지에 앞장서며 국제영화제로써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세계시민의 호소와 염원을 배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략을 자행했다. 지난 2개월 동안 무고한 많은 우크라이나 시민과 양국의 군인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전쟁의 참상을 영화로 기록하던 영화인들의 러시아 무차별 공격에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더 이상 이런 비보가 이어지지 않길 기원한다. 대한민국의 영화인은 전 세계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맞이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적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 즉각 중단 및 군사병력 철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속한 외교협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직 지원 확대와 난민 수용, 한국정부의 인도적 지원 즉각 시행, 우크라이나 현지 영화인들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올레나, 그림 작가 마리아 첼노주코바가 참석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전쟁의 참혹함과 감독들의 인터뷰로 이뤄진 3분 가량의 영상을 본 후 눈물을 흘리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올레나는 "아픈 다큐멘터리를 보기가 어렵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현재 세계는 러시아 가짜뉴스들이 퍼져있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전쟁 65일째다. 이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종속군이 아닌 독립된 나라로 국제 무대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나라를 새로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도 러시아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내부 나치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가 무엇이 선동이고 무엇이 진실이 알길 희망한다. 부디 강대국의 선전에 가려진 진실이 많은 이에게 닿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마리아 첼노주코바는 "지희 집은 루간스크에 있다. 아니 있었다. 집에 있던 자리에 폭탄이 터졌다. 평소에 어머니가 저보고 청소 하라고 잔소리를 하셨는데 아주 깨끗해졌다. 이제는 청소는 안해도 될 것 같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라며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동정을 사고 지원을 구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저는 전 세계 아이들이 이런 일들을 역사책에서만 알길 바란다. 어느 나라에서도 저같은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어떤 행동과 선택을 하든 그것이 모여 역사가 될 것이다. 독재자가 지배하는 세상, 상대적 약소국의 인권을 무시하며 강간, 살인, 테러, 전쟁을 자행하는 세상, 이런 것들에 반대하는 여러분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우리 다음 세대의 역사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성명 낭독이 끝난 후에는 전쟁으로 일상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옥사나 야쿠보바 소령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드러나지 않은'이 상영 됐다.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앨리나 고로바(Alina Gorlova) 감독의 작품으로 2014년 전쟁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여군 장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아우디이우카 지역에서 2014년~2017년까지 전시 상황에 근무한 옥사나 야쿠보바 소령은 자신 앞에서 죽어가던 군인들을 떠올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앨리나 고로바 감독은 전쟁이 자체로만 참혹한 것이 아닌, 이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재앙임을 시사한다. 또한 진정한 평화를 위해 우리가 진실로 마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