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으로 평가받던 요소들이 현실이 되며 2위 질주
반즈와 한동희 투타 맹활약, 유격수 이학주도 성공적
“야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만약을 붙이면 다 우승하죠.”
한때 롯데에 몸담았던 정수근이 남긴 한국 야구계의 오랜 격언이다. 선수들은 가능성을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팀 역시 객관적인 평가를 성적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야만없’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팀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육성 시킨 유망주들, FA로 영입한 선수들, 외국인 선수 복권, 그리고 고질적인 수비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가을 야구도 문제없다는 것이 롯데를 향한 팬들의 평가이자 시선이다.
그런데 올 시즌 롯데는 우주의 기운이 쏠리는 모습이다. ‘만약’으로 분류됐던 많은 부분들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경기를 치른 롯데는 15승 1무 9패(승률 0.625)를 기록하며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SSG와는 3.5경기차. 키움과 두산, LG가 2경기 차 이내서 맹추격하고 있지만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강 경쟁서 안정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적표는 ‘A+’ 그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시즌 롯데 투, 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역시나 외국인 투수 반즈와 드디어 껍질을 깬 한동희다.
올해도 한국 무대 첫 해인 반즈는 벌써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65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반즈는 3일 KT전 선발로도 예고되어 있어 팀의 5연승을 견인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동희 역시 이대호의 후계자라는 꼬리표를 떼는 모습이다. 한동희는 타율 0.436 7홈런 22타점을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향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학주도 성공적이다. 삼성 시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던 이학주는 롯데 이적 후 안정감을 찾으며 최고 수준의 유격수 수비로 롯데 내야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반즈와 더불어 강력한 원투 펀치를 구성한 가운데 이인복 역시 주목할 만하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이인복은 현재 3승 2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남부럽지 않은 3선발 이상의 가치를 해내는 중이다.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불펜서도 최준용이 9세이브 평균자책점 1.23으로 뒷문을 확실히 책임지는 가운데 원조 마무리 김원중이 1군에 복귀, 무게감을 더할 전망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자신의 소망으로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공언했다. 발언 당시 ‘야만없’이 자연스레 따라붙었지만 이제는 모든 ‘만약’이 현실로 됐고 자이언츠의 진격을 막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