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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시간까지 늦추며 검수완박법 의결... 원칙 팽개친 문대통령


입력 2022.05.04 04:00 수정 2022.05.03 22:54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절차적 정당성 미흡·여론 반발 커지는데도

국무회의 시간까지 미루며 검수완박법 의결

국힘 "헌정질서 파괴행위"…檢 "참담할 따름"

文 "檢수사 중립·공정성 우려 여전" 당위성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의 극한 대치, 검찰의 집단 반발 사태를 빚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퇴임 전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 여론 등 자신이 내세웠던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추진 배경에 대해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고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정원 개혁 등 권력기관의 제도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와 같은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움직임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형식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추진 당시 검찰의 반발이 거세지자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그리고 또 이미 이루어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길 당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과 관련한 여야의 대치가 극에 달하고, 검찰에서도 집단 반발에 나서는 등 혼란이 빚어졌을 때도 '국회의 시간'이라는 이유로 침묵했다. 그러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박병석 국회의장 발(發) 중재안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당시는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한 직후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 여론을 중시해온 자신의 원칙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역시 '검수완박'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위장탈당'에 이어 '회기 쪼개기' 등 곳곳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문 대통령도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당일에 변경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과 여론 수렴 문제 등을 거론하며 "추진 방식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어, '내로남불'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되자 "국무회의마저 친여 인사를 위한 방탄법 땡처리용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삼권분립 파괴이자 헌정질서 파괴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검찰청도 "법률 개정 전체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입법 절차에 있어서는 국회의장 중재에 의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무리한 강행 추진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를 파기한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은 촛불정부의 큰 사명이자 국민의 염원"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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