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동에 한덕수 인준 난관
부처 장관 임명 시기 늦어질 전망
당분간 차관 중심 국무회의 운영
"민주당 발목잡기에 휘둘리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새 정부를 구성할 15개 부처의 차관급 인선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에 제동을 걸자,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명이 가능한 차관급 인사부터 발표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한 모습이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오후 20명의 차관 인사 발표와 함께 "윤 당선인은 정부 운영에 어떤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취임 즉시 관련 내용에 서명하고 발령을 진행할 예정"이라 전했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며 자칫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장차관들과 한동안 국정운영을 이어가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하면서 임기 초반부터 여야간 강대강 대치 정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의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한덕수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도 기약이 없다. 이날 청문회를 치르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서도 민주당의 비토가 심해 보고서 채택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특히 한덕수 후보자의 임명이 성사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뤄질 경우, 장관 임명을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장관 임명 제청권이 국무총리에게 있는 탓이다.
현 김부겸 국무총리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까지 행사하고 물러나면 추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서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제청을 하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날 차관 인선 발표는 당분간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놓더라도, 자신이 임명한 차관들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첫 번째 국무회의에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도의에도 맞지 않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강조한 당선인의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임기 초반부터 민주당의 발목잡기에 휘둘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언급했다.
한편 윤 당선인의 이날 차관 인사는 소속 부처 출신 관료와 전문가를 대거 임명하면서 전문성과 능력 중심의 인선을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심을 모았던 기획재정부 1차관에는 기재부에서 경제예산심의관과 정책조정국장을 거쳐 차관보를 지냈던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 상임이사가 임명됐고, 2차관에는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이 발탁됐다.
외교부 1차관에는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2차관에는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발탁됐다.
통일부차관에에는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국방부차관에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장이 각각 발탁됐으며 행정안전부 차관은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김성호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이 맡는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는 전병극 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장영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통상교섭본부장은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보건복지부 1차관에 조규홍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 2차관에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환경부 차관에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고용노동부차관에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해양수산부차관에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차관에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임명됐다.
윤 당선인 관계자는 "곧바로 실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검증된 인사들을 중점적으로 발탁했다"며 "장관이 부재하더라도 임기 초반 국정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