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원국 의회 비준하는데 1년 걸릴듯
터키, 두 국가 쿠르드 지지에 나토가입 반대
나토·美, 터키 반대 큰 문제로 안봐
군사 중립국을 유지해오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공동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터키의 반대 의사에 직면하며 '만장일치' 나토 회원국의 가입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 로이터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핀란드와 스웨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안보 우려 등으로 나토 군사 동맹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취재진에게 스웨덴과 핀란드 각각 대사에게 가입 신청서를 받았다며 "가장 가까운 파트너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에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 등을 거치면서도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서 중립국을 유지해오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결정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의 여론이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크게 바뀌었다고 로이터는 풀이했다. 특히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나토가 두 나라의 가입이 발트해 지역에서 나토의 안보를 크게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WSJ는 이들 국가의 가입승인이 유럽의 안보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전략적으로 러시아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서양으로 향하는 러시아 선박의 최단 항로인 발트해가 나토 동맹국에 의해 압도적으로 통제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또 AP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 충분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토의 군사 작전 및 항공 치안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는 아직 나토 회원국들이 신청서를 평가하는 단계가 남아 있으며, 약 2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는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모든 나토 회원국의 의회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비준하는 데 1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는 가입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두 국가는 몇 달 안에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입 평가 과정은 통상 8~12개월이 걸리지만, 나토 측은 러시아의 위협을 고려해 빨리 성사시킬 방침이다.
다만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점이 관건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대체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합류에 호의적인 상황이지만, 터키는 자신들이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과 핀란드가 지지한다며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에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터키에 제재를 가하는 이들이 안보기구인 나토에 가입하는 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므로 핀란드와 스웨덴 외교사절단은 나토 가입을 위해 우리를 설득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두 나라는 우리가 규정한 테러조직에 찬성하지 않는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터키가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가입이 무산되거나 장기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로이터는 나토와 미국이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회원국 가입 반대를 길게 유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터키 외 대부분의 회원국이 두 국가의 가입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한 점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모든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며 신속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동맹국들은 나토 확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향후 승인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도 터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토가 가입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터키와 스웨덴, 핀란드가 나토가입과 관련해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을 큰 문제로 취급하지 않으면서 나토 회원국들이 합의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5일 나토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을 방문한 당시, 터키 측과 통화하며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한편, 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기지와 무기를 국경 근처에 배치하지 않는 한 나토 가입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보복 조처를 하겠다고 앞서 여러 차례 경고했다.
WSJ는 핀란드 관계자들이 러시아 즉각적인 군사위협보다 주로 사이버 공격과 같은 하이브리드 전쟁 형태의 보복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핀란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