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조영구가 3전 4기의 역사를 쓰며 MBC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가족에게도 비밀에 부쳐야 하는데, 전국노래교실에서 자신의 섭외 사실을 자랑해 3번이나 출연 정지를 당했던 그가 이번에는 무사히 ‘수국’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탔다.
지난 5일 방송된 ‘복면가왕’ 2라운드의 두 번째 대결에서는 ‘수국’과 ‘노래공장 찰리’가 맞붙었다. ‘수국’은 가수 임영웅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선곡해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감성으로 열창했고, ‘노래공장 찰리’는 깊이 있는 음색으로 김범수의 ‘끝사랑’을 선보여 박수를 판정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과는 82 대 17, ‘노래공장 찰리’가 3R에 진출했다.
특유의 개그감으로 “그냥 벗자고요, 다 공개됐어”라며 복면을 벗은 ‘수국’의 정체는 역시나 조영구였다. 조용필 성대모사를 장기자랑으로 내세운 조영구는 탈락보다 더한 아쉬움이 있다고 투정했다.
“노래 선곡이 힘들었어요. 불러서 제작진에게 보여주면 ‘조영구인 거 안다’며 안 된다는 거예요. 어차피 이렇게 걸릴 거, 하고 싶은 거나 하게 해 주지. 조용필 노래, 하려고 했는데….”
다수의 도전 끝에 출연하게 된 사연도 공개됐다. 이미 세 차례나 나올 뻔했으나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 출연하지 못했다는 조영구에 대해 MC 김성주는 “‘복면가왕’에서 섭외 후 출연 정지된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폭소를 자아냈다.
“‘복면가왕’에서 섭외가 올 정도면 최고의 화제잖아요. ‘복면가왕’ 출연은 인기의 척도니까 자랑하고 싶었어요. 전국노래교실에 소문을 내고 다녔는데, (수강생 중에) PD의 엄마가 계셨던 거예요. 세 번이나 떠들고 다녀서 이제는 출연 못 할 줄 알았는데, 제작진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다시 연락이 왔어요. 얼마 전 김구라 동생과 통화하는데 말하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조영구가 ‘복면가왕’ 무대에서 부르고 싶었던, 제작진에게 ‘조영구인 거 다 표나서 퇴짜 맞은’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조영구는 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가왕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1991년 전국노래자랑 청주 무심천 편 우수상 수상자다. 그때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불러 우수상을 받아서 자신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조영구는 ‘복면가왕’에서 가수 조용필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연예 프로그램) 인터뷰하면서 조용필 씨를 많이 뵈었다. 임천 조 씨 족보를 보니 조용필 씨 이름이 있더라. 혹시나 싶어 (조용필에게) 물어보니 맞다더라. 무척 반겨주고 안아줬는데 15년째 연락이 안 되고 있다(웃음). 용필이 형님, 집안끼리 너무 오랫동안 못 보는 거 같다, 만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국노래자랑 우수상 경력의 조영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선배 송해의 바통을 건네받을 전국노래자랑 새 MC 자리에 열망을 보였다.
“공채를 통해 지상파방송 전문 MC로 뽑히기 전에 전국노래자랑에 나갔고, 그것이 시작이 되어 지금의 방송인 조영구가 되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은 조영구의 꿈을 키워준, 기회를 준 방송입니다. 가수 활동 하면서, 전국의 노래교실 다니면서, 회원 여러분들이 조영구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다 많은 분께 즐거움과 행복을 드릴 수 있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노래로 소통하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야, 이 사람아’ 같은 노래도 발표하게 됐고요.”
“저는 노래도 하고 진행도 하는 방송인입니다. 전국노래자랑, 정말 맡아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에요. 언젠가는 전국노래자랑 MC를 해보겠다는 목표로 공개방송 진행을 오랫동안 해왔고 연습이 되기도 했어요. 서민들과 함께하는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 남녀노소 누구나와 잘 어우러지고 좋아해 주세요. 솔직히 주변에서 ‘전국노래자랑 MC, 조영구가 적임자’라는 말 들을 때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꿈을 품으면 이루어질까요?”
한편, KBS ‘전국노래자랑’은 지난 4일 전남 영광군에서 2년 만에 야외 녹화를 재개했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고지 속에 우리나라 최장수 진행자 기록에 빛나는 송해 선생은 불참했고, 작곡가 이호섭과 아나운서 임수민이 기존처럼 빈자리를 메웠다. 전 국민이 염려하는 우리의 송해 선생인 만큼 전국 순회가 확정되는 시기에 맞춰 누가 됐든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를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