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징역 1년·집유 2년
국책연구기관 센터장으로 근무하며 알게 된 연구소 자료 반출… 중국업체에 조력
1심은 무죄, 2심 재판부 "산업부 지정 첨단기술 유출한 것은 아니지만 영업비밀 누설에 해당" 유죄
자신이 일하던 국책연구소의 풍력발전 관련 기술을 빼내 중국 업체에 누설한 대학 교수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23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 교수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2009년께부터 풍력 블레이드(풍력발전기 날개)의 개발과 인증시험을 수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에서 센터장으로 근무하다 2017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연구소 퇴사 직전 그간 자신이 연구한 자료와 연구소 자료가 담긴 컴퓨터 파일들을 저장장치에 담아 반출했고, 이렇게 갖고 나온 자료를 토대로 소속 대학과 계약을 맺은 중국 업체에 시험계획서 작성 등의 일을 해준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A 교수가 유출·사용한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한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으니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 아니고, 국책연구기관이 애당초에 이 기술을 보안과제가 아닌 일반과제로 분류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1심은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 교수의 행동이 산업부 지정 '첨단기술'을 유출한 것은 아니지만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으로는 봐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어떤 기술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속하는지 여부는 형식적 분류기준이 아니라 비공지성·경제성·비밀관리성이라는 영업비밀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업체가 이 기술을 받으려고 한 목적이 단기간에 한국 국책연구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아울러 A 교수가 유출한 기술은 국책연구기관의 영업비밀이나 중요 자산에 해당하고, 자신이 참여한 연구와 무관한 자료도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