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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괴롭힌 권순우…기립박수 이끌어낸 ‘졌잘싸’


입력 2022.06.28 07:54 수정 2022.06.28 08:0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조코비치 상대로 지능적인 플레이, 2시간 27분 괴롭혀

슬로베니아의 알랴즈 베데네와 남자 복식 출전 예정

조코비치 상대로 선전을 펼친 권순우. ⓒ AP=뉴시스

말 그대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81위·당진시청)가 장기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유지했던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권순우는 27일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첫날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1-3(3-6 6-3 3-6 4-6) 패했다.


권순우는 윔블던에서 2년 연속 2회전 진출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조코비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선수인 조코비치를 2시간 27분 동안 괴롭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는 평가다.


조코비치는 테니스 역사를 논할 때 ‘역대 최고’라는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선수다. 커리어 통산 1006승 204패(승률 83.1%), 87번의 투어 대회 우승, 그리고 20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을 지닌 이가 바로 조코비치다. 여기에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기까지 했다.


이 정도 커리어를 가진 선수와 만난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주눅 들기 마련이지만 권순우는 달랐다.


오히려 권순우는 경기 초반부터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조코비치를 괴롭혔고 허를 찌르는 공격에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었다. 반면, 최대한 체력을 아끼려는 의지가 뚜렷했던 조코보치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권순우에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권순우는 경기 초반 조코비치의 힘에 밀리며 1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2세트를 달랐다. 권순우는 조코비치의 2번째 서브 게임서 역공을 펼쳤고 4연속 포인트를 따내며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권순우를 격려했다. ⓒ AP=뉴시스

세트스코어 1-1 상황에서 맞이한 3세트는 권순우 입장에서 인생 경기와 다름없었다. 자신감이 크게 오른 권순우는 앞선 1~2세트 때보다 훨씬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과감한 서브 앤드 발리로 조코비치를 괴롭혔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노련했다. 조코비치는 강약을 조절하며 코트 구석을 찌르는 권순우의 공격 스타일을 이내 꿰뚫더니 강력한 스매싱을 앞세워 힘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결국 4세트까지 이어진 접전은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승리를 확정한 조코비치는 먼저 네트로 다가왔고 권순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관중들 역시 예상치 못한 선전에 기립박수를 보내주며 퇴장하는 권순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편, 단식 일정을 마친 권순우는 남자 복식에 출전한다. 슬로베니아의 알랴즈 베데네와 짝을 이룬 권순우는 1회전에서 서나시 코키나키스-닉 키리오스(이상 호주)와 만날 예정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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