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정말 멋진 배우란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모든 무대에서 거짓 없이 가슴으로, 또 진심으로 하는 배우가 아닐까요?” -2020년 뮤지컬 ‘영웅본색’ 인터뷰 中
뮤지컬 ‘프랑켄슈타인’(2014)로 데뷔해 올해로 9년차를 맞은 배우 김선은 ‘좋은 배우’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는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고, 무대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는다.
현재 출연 중인 ‘웃는 남자’에서도 그는 테드캐스터 여관의 배우 중 식인종 캐릭터, 법의 심판을 내리는 와펜테이크, 부패한 영국 귀족 상원의원 등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 캐릭터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 선보이고 있다.
-‘영웅본색’(2020) 이후 2년 만에 다시 만났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덩치가 큰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몸무게가 많이 늘었어요(웃음). 그래서 운동과 식단을 하면서 다이어트도 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지냈어요.
-‘웃는 남자’는 초연(2018)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죠.
초연 때 놓치고 갔던 부분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더 깊어진 것 같아요. 또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다시 합을 맞추게 됐는데 여기에서 오는 재미도 꽤 크고요.
-특히 이번 시즌은 반응이 더 뜨거워요. 표가 없어서 공연을 못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특히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던 터라 더더욱 의미가 클 것 같은데요.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저도 굉장히 많은 응원과 힘을 받습니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그에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관객들 덕분에 좋은 에너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죠.
-이번 시즌에선 어떤 역할들을 맡고 있는지, 캐릭터 소개 부탁드려요.
테드캐스터 여관의 배우 중 식인종 역할과 법의 심판을 내리는 와펜테이크, 그리고 본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부패한 영국 귀족 상원의원 캐릭터를 맡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와펜테이크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많이 가요. 제가 하고 있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텐션을 낮추면서 저음의 목소리를 내야하거든요. 음습한 기운을 방출해야하기 때문에 집중을 특히 많이 하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김선 배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캐릭터를 생각할 때 그 사람의 탄생부터 살아온 배경 혹은 가족관계 설정,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세세하게 생각하면서 접근합니다.
-극중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혹은 장면)가 있다면? 또 가장 소화하기 힘든 장면은요?
극중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는 ‘그 눈을 떠’, 장면은 마지막 그윈플렌이 살아 돌아왔을 때인 것 같아요. 앙상블로서 가장 소화하기 힘든 장면은, 데아의 죽음 씬입니다. 현실세계에서 함께하는 배우가 같은 일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니 감정 이입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초연 당시 SACA 관객이 뽑은 최고의 뮤지컬배우 앙상블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저 본인이 참여했던 공연이 최고의 상을 받았다는 거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서 굉장히 뿌듯합니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게 해주는 동기부여로 삼겠습니다. 이번 시즌 배우들의 합도 너무 좋아요.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건, 언제나 설레는 것 같아요. 초연 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 더 돈독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초연과는 또 다른 매력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웃는남자’의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으신지.
우루수스 역할이요! 어려움에 처한 눈먼 데아와 입이 찢어진 그윈플렌을 처음보고 받아주는 멋지고 넓은 마음에 감동했어요, 그런 멋진 우루수스 역을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관객들에게 ‘웃는남자’를 한 마디로 어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만족이 보장된 쇼!
-올해로 벌써 데뷔 9년차가 됐어요. 데뷔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어떨까요?
그동안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었는데, 뮤지컬 배우는 다른 일들과는 다르게 항상 도전과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 덕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가정도 꾸리고 살았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9년 생활이 또 있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열심히하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나요?
사실 태권도 전공이었어요.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을 하던 중 ‘점프’라는 공연을 보고 굉장한 희열감을 느꼈고 군대를 다녀온 후 ‘점프’ 오디션을 통해 합격했고, 그러던 중 뮤지컬 ‘프랑켄 슈타인’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뮤지컬과의 연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나 꼽자면요?
당연히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처음으로 뮤지컬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 당시 TV에서만 보던 연예인분들을 직접 만나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연기 합도 맞추면서 작업했던 것들이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아요.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뮤지컬 ‘삼총사’의 포르토스 역할이요. 애니메이션 원피스에서 흰수염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해적왕 같은 대범함과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너무 좋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딱 포르토스가 제격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인터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셨는데요. 현재는 그 목표의 어느 정도 지점에 와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정도 와 있다’라고 정의를 내리기에는 많이 부끄러운 말인 것 같아요(웃음). 그렇지만 무대에서만큼은 부끄러움 없이, 진실 되게 연기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선 배우의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아무래도 배우로서는 오래 무대에 서고 싶고요.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닦아나가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된 것 같아요. 관객 여러분들도 몸 관리 잘하시고요. 언제나 행복하게 각자가 생각하는 목표를 위해 살아갔으면 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