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부산 국제 모터쇼'서 UAM사업 비전 공개
UAM 신사업으로 2025년 하늘길 '주인공' 목표
앞으로 상용화까지 3년…규제·서비스 혁신 '관건'
“'국내에서 UAM 사업을 우리보다 더 잘할 사업자는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운영해온 이동통신 인프라에 운항·관제 같은 플랫폼 역량을 추가 확보한다면 글로벌 UAM 시장 경쟁력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하민용 SK텔레콤 최고개발책임자(CDO)는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국제 모터쇼 2022' 미디어 간담회에서 "UAM사업을 시작한 뒤 외부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심항공교통(UAM)은 수직이착륙비행체 등을 이용해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차세대 도시 교통 체계다. 일명 하늘을 날아다니는 택시(에어택시), 플라잉카 등으로 알려졌다. 소음은 대도시 생활 소음보다 낮은 60㏈(데시벨) 이하에다 순수 전기 에너지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지상 교통 서비스와 혼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 교통 체증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내 UAM 상용화 목표 시점은 3년 뒤인 2025년이다.
하민용 CDO는 "현재 SK텔레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영역을 스마트폰 등 IoT디바이스에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기체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SK텔레콤은 UAM을 단순 교통수단으로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삶 속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CDO에 따르면, SK텔레콤이 구상 중인 UAM은 이동 중에 OTT로 영화를 보거나, 서울 근교를 투어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성격 갖추게 될 전망이다. UAM를 단순 이동 서비스가 아닌 일상 서비스 분야를 맡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한국교통연구원·한국기상산업기술원과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사실상 UAM 사업 전반을 한 기업이 모두 맡기에는 기술적·재원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에는 컨소시엄,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국토교통부에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 참여 제안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특히 글로벌 기체 제조사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조비 에비에이션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양사는 올해 2월 UAM 사업 관련 정기 협의체를 결성하고, 기체·서비스 플랫폼(MaaS) 등 전 분야에 걸친 협력을 시작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조비 에비에이션은 UAM에 활용되는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의 최장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상업 비행용 허가인 G-1 인증을 가장 먼저 승인받은 곳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업체 중 가장 빠르게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해 기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하민용 CDO는 "조비와 UAM사업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200여개가 넘는 UAM 기체 개발사 중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추가 R&D에 필요한 여유 자금도 2조원 이상 가지고 있고, 컨소시엄과 창출할 시너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내년 중으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개활지에서 UAM 운행 실험을 진행하고 2024년에는 실제 생활과 관련 있는 준도심 지역에서 기술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하 CDO는 "이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UAM 안전 의구심을 없애고, 높은 요금제가 책정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증하고 증명하겠다"고 했다.
규제·디자인정립·요금제 풀어야 하는 숙제 '산적'
SK텔레콤이 UAM 상용화 목표를 2025년으로 잡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UAM 관련 법이 없는 데다 표준화된 기체 디자인도 없어 속도를 내기 어려운 탓이다. 하민용 CDO는 "UAM사업은 기존에 있는 항공법 체계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국토부에다가 UAM활성화를 위해 법을 간소화해달라는 특별법을 제안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석건 SK텔레콤 UAM사업 추진팀 팀장은 "표준디자인 정립을 위해선 많은 인증 절차 필요하다"면서 "미국에서 받은 인증이 우리나라에서도 인증되는 만큼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분은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국토부도 이 부분을 이해해주고 같이 연구 중이다"고 덧붙였다.
UAM이 상용화될 시 발생할 요금제에 대한 부분도 고심거리다. 많은 기업체가 모여 추진하는 사업만큼, 사업자와 사용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K-UAM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도입 초기 운임비는 1㎞당 3000원 후반 수준이다. 다만 자율비행 실현 단계(2035년 예상)로 접어들면 1km당 500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하민용 CDO는 "우버에서 책정한 요금제는 km당 4달러다. 20km타면 80달러 정도로 약 10만원이다"라면서 "출시 초기에는 분명 기존 택시 요금 체계와 비교가 될 것이다. 컨소시엄과 요금제와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 상용화가 먼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그들의 요금체계를 벤치마크할 생각"이라 밝혔다.
화물넘어 사람까지…730조원 시장 '정조준'
SK텔레콤은 화물 운송을 비롯해 긴급의료상황·재난구조 등과 같은 공적 영역을 위주로 초반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5년 상용화 시점에서는 저밀도 지역 관광이나 의료용품 전달·물류 등에서 운송 역량을 쌓은 뒤 이용자들의 수요를 살펴 사업에 반영한다.
하민용 CDO는 "초반에는 비행 기체를 수천 수백대 도입할 계획이 아니다"라며 "기체가 충분히 도입되고, UAM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잘 받아들여진다면 본격적으로 운송 수단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인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에 UAM 수요층을 조사해 결정하겠다"며 "지금은 물류·재난용·관광용이라는 카테고리만 설정했다. 세부사항은 정해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K-UAM 로드맵에 따르면, 2023년 61억 달러(약 8조 825억원)인 UAM 글로벌 시장 규모는 초기 상용화 시점인 2025년 109억 달러(약 14조 4425억원), 2030년 615억 달러(약 81조 4875억원)로 급성장해 자율비행 실현 단계인 2040년에는 6090억 달러(약 730조원)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은 2040년 13조 시장 정도다. 특히 2040년 기준 UAM 시장에서 서비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는 만큼, 아직 열리지 않은 하늘길 국내 기업들에 엄청난 가능성의 영역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