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정부 아마추어 외교 참사"
국민의힘 "의전 결례 책임은 민주당에"
펠로시 국회 방문엔 "한미 동맹 강화"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국회 방문에 대해 국민의힘은 "한미 동맹의 포괄적 협력 강화 및 국가 간 가치 연대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자축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 논란에 대해 여야는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의전상 결례가 있었다면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 있다"고 반박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이 국회 일정을 마친 직후 브리핑을 통해 "펠로시 의장과 김진표 국회의장·여야원내표 회담 후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는 지난 5월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입법부의 수장이 만나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경제, 기술 분야에서 지난달 미 의회가 통과시킨 '반도체 및 과학 지원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안보 분야에서는 내년이 한미 동맹 70주년임을 상기하기 위해 기념 결의안 채택을 적극 추진키로했다.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술, 경제, 거버넌스 등 분야를 망라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한미 입법부 간 회담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양측이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 등 집단적 협력 시스템 구축이 핵심 의제라는 점에 동의했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이 같은 외교성과 자평 속에서, 여야는 '의전 홀대' 논란을 두고 서로를 할퀴었다. 의전 홀대논란은 전날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지만 공항에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가 펠로시 의장측에서 불쾌함을 드러냈다는 한 언론보도로 시작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국회는 "미국 측과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여야는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충돌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펠로시 의장 측이) 뭐에 대해서 불쾌해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아프리카 친선협회 의원이 오는 것도 아니고, 미국 의전서열 3위 실력자가 오는데 의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겠나"라며 공항에 마중나가지 않은 것은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도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진 않는 것으로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전 참사'라고 거센 공세를 퍼부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지만, 공항에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가 매우 불쾌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외교에서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고 지적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대면 면담이 불발된 데 대해선 "외교적 판단으로 만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실은 면담 여부에 대해서도 몇 차례 말을 번복했다. 면담 여부가 정말 심도 깊은 판단인지도 의문스러운데 의전 결례까지 보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의전참사 화살을 민주당에게로 돌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미국 의회에서 방문을 할 때 영접은 의회에서 나가서 하는 것이 세계 공통 의전 방식"이라며 "행정부에서 안 나간 것은 당연하고 국회에서 나가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이제 '손님에 대한 의전'까지도 정쟁의 도구로 삼느냐"며 "당연히 국회에서 방한 환영 의전팀이 나가야 하는 것이고, 의전상 결례가 있었다면 일차적으로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이 출국한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민주당 출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환송을 나갔다. 이 사무총장은 펠로시 의장에게 오찬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